영남 남인 대표 서원 옥산서원…‘삼국사기’ 완질본 소장

입력 : 2020-02-11 15:03 수정 : 2020-02-11 15:03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4)경북 경주 옥산서원

누마루 건축물 첫 도입 사례

주 제향인물은 회재 이언적 조선 전기 성리학 이론 이끌어

‘서원 책 반출 불가’ 원규 있어 서책들 철저하게 보존 가능
 


옥산서원은 1572년에 건립된 서원이다. 경북 경주에 있으며, 주 제향인물은 회재 이언적(1491~1553년)이다. 자계천이 휘돌아나가는 완만한 경사지에 있으며, 앞뒤로 자옥산과 화개산이 둘러싸고 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의 서쪽에 있다. 옥산서원은 처음으로 누마루 건축물을 서원 건축에 도입한 사례이다.

이언적은 조선 전기의 정치·사상사에서 자신의 성리학 이론을 숙성해낸 첫 세대의 학자이며 그 이후의 정치적 실현을 위해 평생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는 조선 역사상 정치적 파란이 가장 심했던 16세기 사화기에 일생을 보냈다. 1514년 별시에 급제한 후 관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의 온갖 비리들이 왕권 중심의 공도정치 실현을 통해 개혁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정치론은 여러차례 국왕에게 개진됐다. 그러나 그 이상을 다 펼치지 못하고 1545년 을사사화로 인해 낙향했다. 2년 뒤 발생한 양재역 벽서사건에 억울하게 모함을 받아 평안도 강계로 유배됐다. 유배생활 6년 동안 한국 유학사에 길이 남을 주옥같은 성리학 저술을 남기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일생은 진리를 얻기 위한 철저한 자기 수양의 시간으로 관철됐다. 퇴계 이황과 함께 한국수양철학의 거대한 산맥을 이룬 동방오현 중 한사람이다.

서원을 들어가는 외삼문인 역락문(亦樂門)은 <논어>의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어찌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에서 취한 것이다. 유식공간에 해당하는 무변루의 뜻은 문루 앞에 펼쳐진 자연 풍광이 경계가 없어 무한한 천리를 체득할 장이 될 만함을 밝혔다. 모자람도 남음도 없으며, 끝도 시작도 없다는 뜻이다.

강당 중앙에 옥산서원(玉山書院) 현판이 걸려 있는데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또한 안쪽에 구인당(求仁堂)이라는 현판이 있는데 성현의 학문이 오로지 ‘仁’을 구하는 데 있다는 회재의 핵심사상이다. 바로 앞에는 학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서재가 있는데 동재인 민구재(敏求齋)는 민첩하게 진리를 구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성인은 날 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옛 진리를 구해 그것을 얻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학문에 매진하라는 의미다. 서재인 암수재(闇修齋)는 남몰래 묵묵히 수양한다는 뜻이다.

구인당 뒤에 사당인 체인묘(體仁廟)가 있는데 회재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다. 체인묘에서 ‘仁’은 모든 착함의 근본이며 어질고 착한 마음을 실천에 옮긴다는 뜻이다. 체인묘 우측에는 경각이라고 쓰인 현판이 달린 경주유림의 도서관이 있다. ‘서원서책불출원문(書院書冊不出院門)’이라는 원규가 있어 경각의 책은 서원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이 원규 덕분에 옥산서원의 서책들이 철저하게 보존됐다.

옥산서원에는 제향자의 문집, 서원 운영에 관한 문서, 성리학 서적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관된 다양한 서적들이 출판, 소장됐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서적이 <삼국사기> 완질본이다. 국보 제322-1로 지정된 <삼국사기>는 1573년 경주부가 인출해 옥산서원에 보내준 것으로 현재 전해 내려오고 있는 몇 안되는 완질본 가운데 하나다.

또한 영남유림 사회 내에서 옥산서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심원록(尋院錄)>을 통해 알 수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100여책의 심원록은 어느 서원보다도 월등하게 많은 분량이다. 심원록을 통해 보면 옥산서원은 도산서원과 함께 영남 남인을 대표하는 서원답게 경향간에 남인계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성룡·김성일·권율·김육·이항복·이원익·이덕형 등 영남·서울을 막론하고 대학자·관료들이 다수 방문했다.

이제 옥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더 많은 국내외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세계적 교육·문화유산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이배용 교수는…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영산대학교 석좌교수 ▲<농민신문> 편집자문위원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 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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