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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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생산 터전’ 논밭 해마다 줄어…우량농지 보전 절실
[윤석열정부 농정과제는] 9년새 농지면적 7.8% 감소 전용허가는 30.8%나 증가 농식품부 “인센티브 강화” 사진=이미지투데이 식량주권 확보는 우량농지 보전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량안보 구호는 높지만 정작 식량 생산 터전인 농지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농지 면적은 2020년 기준 156만5000㏊로 2011년(169만8000㏊)보다 7.8% 줄었다. 같은 기간 농업진흥지역(진흥구역·보호구역) 농지 면적 또한 80만8000㏊에서 77만6000㏊로 4% 사라졌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는 필지 단위의 옛 ‘절대농지’를 권역별로 묶은 구역이다. 경지가 정리돼 있고 농업기반시설이 들어서 있어 식량 생산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 반면 각종 개발 수요로 전용허가 면적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만7429㏊로 2011년(1만3329㏊) 대비 30.8% 증가했다. 전용허가는 상당부분 농업진흥지역 밖에 몰려 있다. 하지만 농업진흥지역 내에서도 적지 않게 이뤄진다. 2020년 기준 전용허가 면적 가운데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는 2181㏊로 전체의 12.5%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우량농지 보전에 대한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왔다. 특히 해당 농지를 소유한 농민 입장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 농지 보전을 함께 해나가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농업진흥지역에선 일정규모 이하의 농가주택이나 가공처리시설 등은 설치할 수 있지만 농업생산·농지개량과 직접 관련이 없는 토지 이용 행위는 할 수 없다. 이에 일부 농민들은 농지가격 하락을 우려해 자신의 농지가 농업진흥지역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정황근 신임 농식품부 장관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보전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4월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장관 지명 기자회견에서 “농민 입장에선 우량한 농지일수록 재산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전 국민을 위해 중요한 농지 보전과 함께 인센티브 방안도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활용할 것은 활용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달 11일 취임식에서도 “식량안보에 필수적인 농지를 확보하겠다”면서 “우량농지는 보전하면서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2022-05-16 00:00 -
[NBS 하이라이트] 초보농부 옥수수 심기 도전기
초보농부 옥수수 심기 도전기 ‘좌충우돌 농부들 청년보스’ - 18일 오후 4시 초보농부 세명이 충북 괴산에서 배수로 점검과 함께 옥수수 심기에 도전한다. 비가 많이 내려 물난리가 난 초보농부들의 밭. 앞으로 같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이들은 배수로 점검에 나섰다. 또 따뜻한 날씨로 집 앞마당에 무성하게 자란 풀·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대청소까지 시작한다. 초보농부들은 밭에 고추·감자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지만 아직도 여유 공간이 있다. 이곳에 옥수수를 심기로 결정한 세 사람.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 옥수수 종자를 사 파종에 정성을 쏟는다. 고추 모종은 거센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워준다.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2022-05-16 00:00 -
[영농 브리핑] 주요 과수농가 우박피해 대비해야
사과 상처땐 살균제 뿌리고 열과 발생하면 추가 살포를 배 우박피해는 1단계(극심), 2단계(심), 3단계(중), 4단계(경미)로 진단할 수 있다. 피해 정도와 시기에 따라 착과 정도를 결정하면 된다. 사과·배·포도 등 주요 과수농가들은 이맘때 우박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과수가 우박에 상처를 입으면 균에 감염돼 전염병이 돌 가능성이 커져서다. 사과가 우박 피해를 입으면 이후 수세 안정을 고려해 적당히 과실을 남겨두고 살균제를 살포해 상처 부위에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과실이 열과된 경우 살균제를 1회 추가 살포한다. 배도 상처 부위를 살균하는 과정은 동일하며, 우박 피해 정도에 따라 착과량을 조절한다. 우박 피해는 1단계(극심)·2단계(심)·3단계(중)·4단계(경미)로 진단할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시기가 5월 중순 이전이라면 1단계 때는 50∼60% 줄여 착과하고, 2단계는 20∼30%, 3단계는 10%, 4단계 땐 정상 착과하면 된다. 5월 하순부터 7월 사이라면, 1단계 때는 전부 열매솎기(적과), 2단계는 30∼50% 줄여 착과, 3단계는 10%, 4단계는 정상 착과한다. 수세 회복을 위해 신초(새 가지)가 나게 하려면, 신초가 부러진 가지의 피해 부위 바로 아랫부분을 절단해 새순 발생을 유도한다. 포도송이가 우박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잿빛곰팡이병 등에 감염될 수 있으니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잎·가지 등 손상 정도에 따라 착과량을 조절할 때, 포도송이를 일정 수 확보해 포도나무가 지나치게 생장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복숭아 가지나 줄기가 손상됐을 때는 수세 회복과 이듬해 과실 착과를 위해 손상된 과실은 제거하고 수피가 손상된 가지와 신초는 갱신해야 한다. 특히 복숭아는 수피가 손상된 가지를 계속 이용하기는 어려우므로 되도록 제거하는 것이 좋다. 우박 피해를 입은 신초와 가지는 절단·가지치기(전정)해 새 신초와 결과지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때 기존 신초를 2∼3㎝ 남기고 절단하면 된다. 참고로 7월30일 이전에는 강하게 전정해 신초 발생을 유도하는 것이 좋고 이후에는 기존 꽃눈을 남기고 절단하는 것이 좋다. 이연경 기자 2022-05-16 00:00 -
[이사람] “농가 불편해소 위해 연구…영농자재 지속 개발”
[이사람] 농업용 관수자재로 국제발명대회 ‘금상’ 받은 박형석씨 배관연결용 부속품 개발 설치 쉬워 작업시간 단축 농업용 관수자재를 개발해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박형석씨(왼쪽)와 연구개발을 함께한 김종용 ㈜굿비 대표가 각각 발명품과 상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업용 관수자재를 개발해 국제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농민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 이천 부발읍에서 밭농사를 지으면서 지역농협에 관수자재를 납품하는 박형석씨(45). 박씨는 최근 ‘2022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행사는 국제발명품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스위스 연방정부, 제네바 주정부와 시의회, 세계지식재산기구가 후원하는 세계적인 전시회다. 올해는 30개국에서 발명품 1000여점을 출품했다. 그가 발명한 것은 관수배관 가운데 주배관과 가지배관을 연결하는 부속품이다. 손쉽게 설치할 수 있어 기존 제품보다 작업 시간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박씨가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농업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 목소리가 한몫했다. “부발농협을 비롯해 인근 지역농협에 관수자재를 납품하다보면 농민들과 자주 대화하게 됩니다. 주로 기존 제품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사항을 말씀하시죠.” 특히 기존 배관은 설치하기 어렵고 오래 쓰면 물이 샌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이에 박씨는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2020년 4월경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을 제품화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개발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만 거듭하던 가운데 지난해 4월 운명처럼 김종용 ㈜굿비 대표를 만났다. 3D프린트(3차원의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기계) 기술을 이용하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라인으로 관련 업체를 검색하다가 3D프린트 기술 전문가인 김 대표를 알게 된 것. 두 사람은 지난 1년간 의기투합해 마침내 3D프린트로 샘플 제작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제작을 거듭하고 업계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엔 배관 연결 방식과 관련한 국내 특허와 상표권도 등록했다. 올 하반기 보급을 목표로 현재 금형 제작 마무리 단계에서 품질 높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박씨는 이 제품이 국내 관수자재 시장의 30%를 점유하면 연간 인건비 135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번 설치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제품보다 작은 만큼 관수자재 제작에 필요한 플라스틱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우리 농업이 최근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관수시설 개선은 필수”라며 “앞으로도 더욱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영농자재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천=최문희 기자 2022-05-16 00:00 -
[탐방 선도농협] 남제천농협, 합병 25년만에 일류로 우뚝…조합원 환원 ‘활발’
[탐방 선도농협] 남제천농협 지난해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클린뱅크 금등급…경쟁력 인정 APC 산지유통 활성화 ‘선봉장’ 영농자재·건강검진·장학금 지원 충북 남제천농협 류승인 조합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임직원들이 최근 열린 ‘2021년 상호금융대상’ 시상식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여섯번째)으로부터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받고 있다. 충북 남제천농협(조합장 류승인)이 1997년 3개 농협(청풍·수산·덕산) 합병 후 25년 만에 최대 성과를 거두며 일류 농협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남제천농협은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NH농협손해보험 연도대상 우수상, 종합업적평가 우수상, 클린뱅크 ‘금’ 등급, 경영평가 1등급 등 각종 상과 인증을 휩쓸며 최상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류승인 조합장이 평소 강조하는 동심동덕(同心同德·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씀)의 마음으로 임직원 모두 똘똘 뭉쳐 이뤄낸 성과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남제천농협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기치 아래 신용사업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류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은 신규 고객 발굴을 위해서라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예금·보험 오픈뱅킹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해 신용사업 저변을 넓혔다. 올해는 제천단양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사업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기업을 농협 사업에 적극 참여시켜 농협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사업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1억원을 투입해 준공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과수·양채 선별라인, 약용작물 가공라인 등 최신 장비를 갖추고 산지유통 활성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울러 ‘2021∼2022년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 브로콜리 주산지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가락공판장·대동고려삼과 맺은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농산물 판매 확대도 추진 중이다.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농산물 판로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성장의 열매는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남제천농협은 올 3월 1억7000만원을 들여 영농자재(장화·우의) 세트와 영농자재교환권을 조합원에게 지원했다. 2019년부터는 ‘조합원 건강 챙기기 5개년 계획’에 따라 서울의 종합검진센터와 연계한 무상 건강검진을 통해 100여가지의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250여명의 조합원 대학생 자녀에게 모두 2억4000여만원의 장학금도 전달했다. 이밖에 해마다 남부면 76개 경로당에 20만원씩 유류대를 지원하고, 농가주부모임과 협력해 김장김치·연탄 나눔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채소 출하장을 찾아 농산물 품질을 꼼꼼히 챙기고 농민과 소통하는 류 조합장은 “오늘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농협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천=황송민 기자 hsm777@nongmin.com 2022-05-16 00:00 -
[파크골프의 모든 것 Q&A] 농촌 곳곳 경기장 많고 이용료도 저렴
파크골프의 모든 것 Q&A ‘파크골린이(파크골프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궁금증을 한빛파크골프회와 대한파크골프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봤다. Q. 파크골프장 어디에 있나? A. 보통 지역마다 큰 공원이 있다. 특히 농촌지역 중심으로 파크골프장을 복지 차원에서 개설하는 일이 많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과 파크골프장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각 시·군에 물어보거나 대한파크골프협회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이용료는? A. 대부분은 지역민에게 무료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한다. 일부는 회비를 내야 하는 일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한빛파크골프장은 회비는 별도로 없고 영광군과 근처 고창군 지역주민에게는 무료 개방(1일 1회), 일반 이용객은 8000원을 받는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4000원이다. 골프채 대여료는 1인당 2000원이다. 서울에서 온 기자가 한빛파크골프장을 이용한다면 이용료 8000원, 골프채 대여료 2000원 해서 모두 1만원인 셈이다. Q. 준비물은? A. 경기를 위해선 골프채인 클럽, 직경 6㎝ 플라스틱 공이 필요하다. 복장으론 햇빛 차단과 공 맞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모자, 스윙할 때 미끄럼 방지를 돕는 장갑, 예비 공 두개 정도 넣어서 다닐 수 있는 볼 포켓 등을 준비하자. 운동복은 골프복을 권장한다. 신발은 골프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어도 괜찮다. 단, 등산화는 잔디 보호를 위해 피해야 한다. Q. 한조에 3∼4인인 이유는? A. 파크골프를 칠 때는 순서대로 홀을 돌아야 해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다른 홀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2인은 공을 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앞서나갈 수 있고, 5인은 뒤처질 수도 있다. 빨리 공을 쳤더라도 새치기는 금지한다. Q. 권장 연령대는? A. 파크골프는 흔히 ‘3대가 하는 운동’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연령·성별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클럽 무게도 각자 신체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Q. 비가 와도 할 수 있나? A. 파크골프는 야외 스포츠다. 일부 우천에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파크골프장이 잔디 보호를 위해 그다음날까지 문을 닫기도 한다. 박준하 기자 2022-05-13 00:00 -
[시인의 詩 읽기] 국수 한그릇에 화사해지는 기분
사람 기분이란 건, 사람 성격하고도 상관없는 것 같고 남이 어떻게 보느냐 하고도 아무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쉽게 털어지지 않는 기분이 나를 가만 안 내버려둘 때가 있습니다. 그냥 기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서 사람 사이에서도 이상한 사람 되는 경우라든가 약간 멜랑꼴리한 기분도 그렇죠. 그런 날은 뭘 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지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슬픈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실컷 가라앉다가 마음 한편으로 밝은 햇살이 찾아온대요. 또 어떤 이는 사람 많은 데 가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걸 한참, 지켜본답니다. 그러면 좀 살겠다 싶어진다는데요. 몇 사람이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뭘 먹을지 의견을 모으는데, 한 사람이 그럽니다. “나 오늘 기분이 그래서 국수를 먹어야겠는데 다들 괜찮으세요?” 분명한 건 그 사람은 국수를 먹고 뭐든 나아졌을 거라는 겁니다. 슬플 때는 부드러운 음식이 최선의 해결책이고 근심·걱정이 많을 때는 구운 감자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 당질이 뇌를 자극하고 기분을 끌어올려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김정미 시인의 시처럼, 끓는 물에 국수를 삶는 행위는 묵직하고도 물컹한 뭔가를 가져다줍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국수를 먹는 행위 역시 저음으로 짠하게 와닿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래요. 국수처럼 뜨겁게 속을 훑는 일들이 지나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겁니다. 언젠가 이맘때 들일을 하면서 새참으로 나온 국수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자니 한낱 기분이란 것이 또 뭐가 중요하겠는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이 봄날, 이 땅의 신성한 노동 앞에 국수 한그릇 올리고 싶습니다. 이병률 (시인) 2022-05-13 00:00 -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404) 과천현감
교활한 수로 승진한 과천현감 유림들 조롱에도 껄껄 웃는데 사동이 고삐를 잡은 말을 타고 최 참판이 한양을 떠나 남태령고개에 오르자 소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기다리던 과천현감이 벌떡 일어나 말에서 내리는 최 참판을 부축했다. 고갯마루 돗자리에 앉자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도 과천현감은 꿇어앉아 약주를 따르고 손수 부채질을 했다. 남태령고개에서 땀을 식힌 최 참판은 현감의 안내로 과천 관아에 들어섰다. 최 참판이 들어서면 잔치가 벌어질 판인데 최 참판이 수원에 있는 숙부장례식에 가는 길이라 잔치는 접어뒀다. 대신 우황·산삼·사향 등 온갖 진기한 보약으로 탕약을 달여 보신하라며 최 참판에게 건넸다. 과천현감은 이방을 시켜 돈을 거둬들였다. 이방이 숙부장례에 조의금 명목으로 돈을 거둬 일부는 제 주머니에 넣고 삼백냥을 조의금 봉지에 넣었다. 칠백냥을 빼돌리든 구백냥을 빼돌리든 그건 과천현감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참판 나리 언제 돌아오시는지요?” “7일장을 치르니 과천은 이달 스무닷새에 지날 것 같구려.” “아이고 이 벌건 대낮에 이방 나리께서 어쩐 일로 주막을 찾으십니까요?” 개다리소반에 차려온 술상에서 우선 막걸리 한잔을 죽 들이켠 이방이 귓속말했다. “주모, 글피에 최 참판 나리께서 상경하는 길에 우리 관아에서 하룻밤 지내실 건데, 현감께서 숫처녀를 구해오라 하네그려.” 주모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숫처녀를 어디서 구해요” 했다. 한잔을 들이켠 이방이 “흠흠, 그러니 주모를 찾은 게 아닌가” 하더니 “자네 질녀인가 있잖여, 삼월이라 했던가”라고 눈치를 줬다. 주모와 이방이 머리를 맞대고 한참 궁리하더니 삼월이를 불렀다. 주모를 이모라 부르는 열일곱살 삼월이는 주모의 친정 쪽 먼 친척 질녀로 허드렛일도 하고 주모 몰래 틈틈이 잔돈도 벌어 챙기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식이다. 이방이 돈주머니를 삼월이에게 건네자 그녀가 깜짝 놀랐다. 이방이 좀 챙기고 주모도 얼마 뗐지만 남은 돈이 적지 않았다. 주모가 슬며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자 이방이 삼월이 손목을 잡고 뒤뜰 구석진 방으로 들어가 요를 펴고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요에 핏자국을 찍으면 너는 팔자를 고쳐부러.” 3일 후에 최 참판이 수원에서 장례를 치르고 상경하는 길에 과천 관아에 들렀다. “나리,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낮잠 한숨 주무시죠. 서헌에 금침을 깔아뒀습니다. 처녀애가 안마를 해드릴 겁니다.” 최 참판이 서헌으로 가 벌렁 드러눕자 숫처녀가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고 꿇어앉아 최 참판의 다리를 주물렀다. 저녁 연회까지 갈 것도 없이 최 참판은 발버둥질하는 숫처녀를 품에 안았다. 폭풍이 지나가자 숫처녀는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데 최 참판은 요 위에 찍힌 붉은 피를 보고 감격에 겨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연회는 취소되고 닭피를 보고 감격한 최 참판은 이튿날, 삼월이를 가마에 태워 한양으로 데려가 셋째 첩으로 삼았다. 서너달 후, 최 참판은 한의원을 들락날락했다. 매독에 걸린 것이다. 삼월이는 금붙이를 훔쳐 야반도주했다. 병에 걸린 사람은 그뿐이 아니다. 과천 관아의 살살이 이방도 아랫도리를 싸안고 끙끙거렸다. ‘과천현감은 평양감사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과천은 드넓은 평야가 있어 산물이 풍성해서 재물을 긁어모을 수 있고 한양의 길목이라 조정을 좌지우지하는 고관대작을 모실 기회가 많아 매관매직이 비일비재한 곳이다. 최 참판이 힘을 써 과천현감이 강원 부사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과천 유림들이 과천현감의 송덕비를 남태령에 세웠다. 한양으로 가는 현감이 현 경계인 남태령에 올라 만감이 교차하는 듯 말에서 내려 3년간 세월을 보낸 과천을 내려다보는데 나무 그늘에 한 무리의 사람이 몰려나왔다. 면면이 낯익은 과천 유림이다. “아니, 어르신께서 이 더운 날 여기까지 송영을 나오셨소이까?” 현감이 인사를 하자 유림 대표가 “현감 나리의 송덕비를 손수 제막하시고 가시라”고 했다. 현감이 어리둥절해 송덕비를 덮어씌운 광목천을 벗기자 빙 둘러선 유림과 고개를 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다가 송덕비를 보곤 조용해졌다.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 현감이 송덕비를 보더니 껄껄 웃고는 “갑시다. 여러분과 하룻밤 회포를 풀고 내일 떠나겠습니다” 했다. 그날 밤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고 이튿날 다시 남태령에 모였다. 다시 광목천을 벗기자 본래 있던 글 옆에 대구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명일래타적(明日來他賊·내일 또 다른 도적이 올 건데).’ 현감이 껄껄 웃으며 고갯마루에서 한양으로 내려가고 유림들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2022-05-13 00:00 -
농·축협 디지털 경영진단 도입…위험징후 실시간 포착
[UP! 농협 조합구조개선] ① 통합구조개선시스템 출범 20여년동안 축적한 자료 바탕 다양한 지표·비교자료 등 제공 부실 사전차단·업무효율 향상 미래 경영환경 변화 선제 대응 농협은 4월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통합구조개선시스템(NH DREAM·엔에이치 드림)’을 출범하고, 농·축협 구조개선과 경영관리 업무의 디지털 전환에 본격 돌입했다. 올 4월부터 전국 농·축협은 매월 경영진단 보고서를 디지털로 제공받고 있다. 보고서는 농·축협을 권역과 유형별로 나눠 경영상태를 비교·분석해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기존에는 농협중앙회 소속 경영진단팀이 장기간 농·축협에 머물며 진행하던 과정이다. 디지털 경영진단이 도입되며 농·축협의 부실 위험이 사전에 차단되는 건 물론 경영 의사결정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농·축협 구조개선사업에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조개선은 2001년 농·축협의 건전 경영을 이끌 목적으로 농협구조개선법이 시행된 후 20년 이상 지속 중인 사업이다. 구조개선사업의 디지털화는 4월 출범한 ‘통합구조개선시스템(NH DREAM·엔에이치 드림)’이 이끌고 있다. 이는 2009년 구축됐던 농·축협 부실예방시스템을 12년 만에 전면 디지털로 개편한 시스템이다. 농·축협 경영상태 평가, 디지털 경영진단 등 구조개선과 경영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다. 농협이 통합구조개선시스템을 도입한 건 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사업이 급부상하고, 대내외 금융환경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시스템은 전국 1117곳 농·축협을 대상으로 부실예측모형을 가동해 위험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농·축협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경영진단의 도입도 눈에 띄는 성과다. 새 시스템은 20여년 동안 구조개선사업 과정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대면 경영진단을 내린다. 약 20가지 농·축협 경영지표의 최근 5개년 추이를 제공하는 동시에 입지유형·총자산규모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비교 자료를 제시한다. 새 시스템 구축 후 기존 1개월 이상 소요되던 경영진단의 기간도 일주일로 단축됐다. 현장에서 진행되던 경영진단은 연간 약 30회에 불과했으나 디지털 시스템 도입 후 연간 600회 진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스템 출범과 함께 수기로 처리하던 각종 업무 상당수도 디지털로 전환됐다. 농·축협별 재산실재조사 업무, 손해배상승소채권 업무가 대표적이다. 농·축협이 보유한 각종 자산의 현황과 이력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농협중앙회와 농·축협간 실시간 쌍방향 정보 공유 체계가 갖춰졌다. 박태선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통합구조개선시스템 도입으로 농·축협이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업무의 신뢰성과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농·축협이 자기주도 경영 개선을 실현하고, 자체 위기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2022-05-11 00:00 -
[향토밥상] 부안 ‘백합죽’…부드러운 조갯살 ‘가득’, 고소한 맛 ‘풍부’
[향토밥상] ⑦ 전북 부안 ‘백합죽’ 타지역서 보기힘든 귀한음식 미식가도 멀리서 직접 찾아와 물에 불린 쌀만 따로 볶다가 삶은 백합 썰어 다같이 끓여 구이·전·찜·탕 등으로 먹기도 몸 해독·간 기능 활성화 도움 백합으로 만든 한상차림. 백합죽과 함께 구이·찜·탕·전이 차려진다. 부안=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예부터 전북 부안에선 결혼식 때 백합요리가 빠지질 않았다. 입을 잘 벌리지 않는 백합이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백합은 맛과 식감이 좋아 지역민에게 꾸준히 사랑받는다. 국에 넣으면 담백하고 개운한 것은 물론 과음으로 인한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고, 찜으로 만들면 쫄깃한 살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백합죽’은 미식가들이 멀리서 직접 찾아올 정도로 귀한 향토 음식이다. 부안군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갯벌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부하다. 2010년 군산·김제·부안을 이어주는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는 갯벌에 나가 손을 뻗기만 하면 백합·바지락·가리비·피조개가 잡혔을 정도다. “부안엔 변산반도국립공원이 있어 공장 같은 시설이 거의 없다”면서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서식하는 각종 신선한 조개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시켰다”고 군청 관계자는 전했다. ‘조개 여왕’으로 통하는 백합은 식감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 몸체인 껍데기 안에 개흙(갯바닥에 있는 고운 흙)도 많지 않아 지저분하게 씹히는 것이 없어 고급 식재료로 인정받는다. 5∼6월 봄바람이 부는 지금이 제철인데 날이 따뜻해지면 갯벌 모래 속에 숨어 있던 백합이 고개를 쓱 내민다. 보통 해안선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 ‘백합 그레(조개 잡는 갈퀴)’로 땅을 파헤쳐 잡는다. ‘백합 보물창고’라고 불리는 계화도에서 나고 자란 이화숙 계화회관 대표(79)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던 백합죽을 식당 대표 메뉴로 선정했다. 군은 이 대표가 1980년 개업한 행안면 에 있는 식당을 향토 음식점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백합죽을 만들려면 물에 불린 쌀을 볶다가 반쯤 익었을 때 따로 삶아놓은 백합을 잘게 썰어 같이 끓이면 된다. 이때 넣을 백합은 5∼6㎝가 적당하다. 너무 크면 질겨서 음식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백합죽이 완성된다. 이 대표는 “다른 데선 죽에 당근·양파 같은 채소를 다져 넣는데, 우리는 채소 향이 조개 맛을 감출 수도 있기 때문에 넣지 않는다”며 “대신 부안에서 많이 나는 뽕잎 가루를 넣어서 조개 비린내를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백합죽만 먹기에 아쉽다면 구이·전·찜·탕으로 한상차림을 주문할 수도 있다. 계화회관에서 ‘백합구이’를 시키면 하나씩 포일로 감싼 백합이 나온다. 이렇게 구우면 조개 국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촉촉하게 향을 머금게 할 수 있다. ‘백합전’은 반죽에 찰흑미를 갈아 넣어 구수한 맛을 냈다. 까무잡잡한 반죽에 파·양파·당근과 작은 백합을 통으로 넣어 바삭하게 굽는다. 특허 인정까지 받은 ‘백합찜’은 얼핏 아귀찜과 비슷하게 생겼다. 콩나물·버섯·미나리·파·양파·양배추를 볶다가 고추장·고춧가루를 넣고 삶은 백합을 추가해 만든 메뉴다. 아삭한 채소와 매콤한 양념이 조화를 이뤄 담백한 죽에 반찬처럼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백합에 들어 있는 비타민B 2022-05-11 00:00는 몸 해독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간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준다. 철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악성빈혈이 있다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이 대표는 “죽이랑 전은 처음부터 만들던 음식이지만 찜은 20여년 전 자식들이 레시피를 개발해줬다”며 “지속적으로 손님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를 연구해 차별화한 음식을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안=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