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대한 오해와 올바른 이해 7가지⑹농산물 유통마진 높다?

입력 : 2015-12-21 00:00

쉽게 변질·수확 겹쳐…운송 등 비용 많이 발생

유통비 일정…산지 값 떨어져도 소비지 영향 미미

미·일보다 마진 높지 않아…농협, 더 낮추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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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의 주요 농산물 유통마진율 비교
 농산물 유통마진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은 농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그럼에도 유통마진이 높아 생산자·소비자는 손해를 보고 중간상인만 폭리를 취한다는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농산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국내 농산물 유통마진율은 선진국보다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유통마진을 낮추려는 정부와 농협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농산물 특성을 간과해 빚어진 오해=농산물은 유통과정에서 쉽게 부패되거나 변질돼 상품성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운송이 쉽지 않고 운송과정의 감모비용도 많이 든다. 국내 농가들의 생산규모가 작아 소량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수집·선별·포장·운송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유통단계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수확시기가 집중된 농산물을 신속히 수집해 다수의 소매상에게 빠르게 유통해야 하기에 중간단계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한마디로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비용발생은 필수 불가결한 측면이 있다.

공산품과는 확연히 다른 농산물 유통만의 특징인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간과한 채 공산품과 동일 선상에서 유통비용을 비교하면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간상인의 폭리로 산지에서 100원 하는 배추가 소비지에서 1000원에 팔린다’는 언론의 단골보도는 전형적인 농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농산물의 특성을 감안해 유통마진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마진의 대부분은 유통비용=유통마진이 모두 유통업자 이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이 아니다.

유통마진은 유통비용과 유통업자의 상업마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출하작업비·포장비·운송비·하역비 등 직접경비, 점포관리비·임대료·감가상각비 등 간접비용, 유통업자의 상업이윤 등이 모두 유통마진에 포함된다.

배추의 유통마진율이 65%라고 가정하면, 소비자가격이 1000원일 때 유통비용과 유통업자 이윤의 합은 650원이 된다. 650원이 모두 유통업자 이윤이 아닌 것이다. 나머지 350원은 농업인의 몫이다.

2000년 이후 전체 농축산물의 유통마진율은 40~45%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 중 유통비용 비중은 28~31%, 상업이윤 비중은 12~15% 정도다.

문제는 산지에서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공산품과 차별화되는 농산물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배춧값이 오르면 김치 담그는 시기를 늦추거나 다른 채소류로 대체하는 게 좋은 예다. 이런 이유로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산지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빚어진다.

하지만 소비자가격은 고정비 성격의 유통비용이 유통마진의 3분의 2를 차지해, 산지가격 하락폭만큼 떨어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산지가격과 상관없이 운송, 포장, 상·하역, 보관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일정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지가격이 하락할 경우 농업인의 수취가격이 급락해도 소비자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다.



◆농산물 유통마진율 선진국보다 높지 않아=우리나라는 유통체계가 낙후돼 선진국보다 농산물 유통마진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형적인 오해다. 선진국과 비교해 농산물 유통마진율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유통시스템을 가진 일본과 대규모 첨단 유통시스템을 갖춘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유통마진율이 높은 품목이 많다.

당근·오이·토마토 등의 품목은 2013년 기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유통마진율이 높다. 사과·감귤(오렌지)·딸기·쇠고기 등의 유통마진율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2~37%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들이 소비자 선호에 맞춰 다양한 유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격의 세분화, 소포장, 콜드체인시스템 운영 등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이 유통마진율에 반영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유통마진율은 배추·무·양파 등 수급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60% 미만이다.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수급이 안정된 쌀은 유통마진율이 21.5%(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일부 공산품은 농산물보다 유통마진율이 높은 경우도 있다. 라면은 75%, 두루마리 화장지는 72.1%가 유통마진율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농협은 유통마진을 더 낮추기 위해 농산물 유통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까지 수립했다. 도매시장 경쟁 촉진,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 농산물 직거래 확대, 농산물 수급관리 체계화 등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 유통계열화를 통해 산지와 소비지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단순한 유통체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지 조직화, 계통출하 농가 지원,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건립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을 확대해 유통단계 축소와 유통비용 절감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부와 농협의 노력은 농산물 유통구조 전반의 효율화로 이어져 농산물 유통마진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 글 싣는 순서

⑴ 국가경제 기여도 낮다?

⑵ 생산성 낮은 산업이다?

⑶ 농업보조금 너무 많다?

⑷ FTA 예산만 낭비한다?

⑸ 물가 상승 주도한다?

⑺ 수입해서 먹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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