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먹거리 열전]전북 임실 ‘땅두릅’

입력 : 2016-04-27 00:00

가장 맛 뛰어난 4~5월 수확…은은한 향·쌉싸래한 맛 일품

덕치면 섬진강일대 ‘인산인해’
민물고기 비린내 잡고 감칠맛

 먹거리가 대세다. 소위 ‘먹방’이 국민의 오감을 사로잡고, ‘셰프’가 대통령을 밀어내고 어린이 꿈 1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상이다. 먹거리를 위해 두세시간 동안 차를 달리고, 한두시간 줄을 서는 일을 오히려 즐기는 식도락가들이 넘쳐난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널려 있어 식도락가들이 호사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방곡곡 숨겨진 우리만의 먹거리를 하나씩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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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먹거리 열전 사진(땅두릅 매운탕)
 충견 ‘오수의 개’와 그 주인이 살았다는 전북 임실. 이곳하면 가장 먼저 치즈가 생각나지만, 원래 땅두릅의 고장이다. 두릅은 크게 나무두릅과 땅두릅으로 나뉜다. 나무두릅에는 두릅나무의 새순인 ‘참두릅’과 엄나무의 순인 ‘개두릅’이 있다. 두릅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독활’은 어린순이 땅에서 나기 때문에 땅두릅이라고 부른다. 땅두릅은 참두릅과 달리 가시가 없어 줄기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으며 가격도 조금 저렴하다.

임실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십여년 전만 해도 전국 땅두릅의 70~80%가 강진·청웅·덕치면 일대에서 생산됐다”면서 “값싼 중국산에 밀려 한때 주춤했지만 근래 들어 다시 생산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땅두릅은 한번 잘라내도 금방 다시 자라나는 만큼 여러번 수확할 수 있는데, 향과 맛이 가장 뛰어난 때는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한달간이다. 겨우내 양분을 가득 품은 뿌리에서 이제 막 솟아나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15년째 땅두릅을 재배하고 있다는 최기범씨(57)는 “두릅은 쌉쌀한 맛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며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린다”면서 “하우스에서 초봄부터 수확하기도 하지만 4, 5월 노지에서 나오는 첫순을 제일로 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첫순의 통통한 생김새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씹었을 때 아삭거리는 식감은 중독성마저 있다고 덧붙였다.

두릅은 주로 살짝 데쳐서 먹는다. 비타민 등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데친 두릅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두릅 초회는 별미 중의 별미로 절에서도 즐겨 먹는다. 혹자는 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는 데 두릅 초회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장아찌로 만들거나 전으로 부쳐 먹어도 좋은데 메줏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에 두릅을 넣으면 맛은 물론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임실군 덕치면에서는 특이한 땅두릅 매운탕(사진)도 맛볼 수 있다. 메기 등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에 시래기 대신 땅두릅을 넣은 이 요리는 2001년 임실군에서 개최한 향토음식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덕치면 일대는 섬진강 자전거길의 시작점으로 해마다 봄이면 관광객들로 붐빈다. 땅두릅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맛 덕분에 관광객들이 꼽는 최고 인기메뉴이기도 하다.

20여년째 땅두릅 매운탕을 판매하고 있다는 최미숙씨(50)는 “땅두릅 특유의 향이 민물고기의 비린 맛을 잡고 감칠맛은 더해준다”면서 “사시사철 즐길 수 있지만 지금 먹는 것이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봄은 첫사랑을 닮았다고들 한다. 짧게만 느껴져 아쉽고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서다. 제철이 짧아 더욱 가치 있는 음식, 땅두릅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임실=김재욱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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