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기자의 잡·학·다·식(雜學多食)(31)·끝 방풍

입력 : 201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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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 기자의 잡학다식 (31)방풍
 파릇파릇한 봄나물 덕분에 밥상에 초록 물결이 가득하다. 냉이·달래·쑥처럼 매년 보아온 봄나물만큼이나 식탁에 방풍나물이 오르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에는 바닷가 모래땅에 자생해 해안지역 주민들만 즐기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나물로 재배돼, 봄철만 반짝 선보이는 두릅·머위순 등과 달리 연중 생산이 이뤄지는 대중적인 나물이자 쌈 채소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원래 방풍은 감기·뇌졸중(중풍)·안면마비처럼 ‘풍(風)’으로 인한 질병을 다스리는 한약재인 ‘방풍(防風)’을 뜻하지만, 국내에서는 대개 ‘식방풍’으로 알려진 갯기름나물과 ‘해방풍’으로 불리는 갯방풍을 일컫는다.

약용으로만 쓸 수 있는 방풍과 달리 이들 모두는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갯기름나물은 잎이 뭉툭한 손바닥처럼 생긴 반면 갯방풍 잎은 작은 타원형에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이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시중에서는 갯방풍보다는 갯기름나물을 더욱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일년내내 구할 수 있지만, 방풍의 제철은 역시 봄이다. 2월 하순 전남 여수와 고흥을 시작으로 4월엔 충남 태안·보령의 갯기름나물, 경북 영덕의 갯방풍이 한창이다. 한입만 씹어도 벨벳처럼 부들부들한 촉감과 쌉쌀한 맛, 상쾌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입안을 휘감는다. 모진 해풍을 이겨낸 두꺼운 잎인데도 질기지 않아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연한 방풍잎으로 생선이나 삼겹살 등을 싸먹어도 좋고, 살짝 데친 방풍을 고추장·된장 등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나물맛도 각별하다. 응용력을 발휘해 겉절이·장아찌·김치를 비롯해 도토리묵 혹은 청포묵과 무쳐낸 묵무침, 바삭바삭한 튀김과 부침, 칼국수·수제비 등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향기로운 나물밥과 연한 방풍순을 넣은 된장국도 별미라는 게 방풍 재배 농업인들의 귀띔이다.  

요즘 사람들뿐만 아니라 역사 속 인물들도 방풍을 즐겼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문필가인 허균(1569~1618)은 자신이 맛본 전국 각지의 별미를 기록한 ‘팔도 미식 길잡이’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는다’며 강릉 외가에서 맛본 갯방풍죽을 회상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김춘수 시인(1922~2004)은 <농민신문> 지면을 통해 방풍나물과 게살, 해삼에 초장을 곁들인 음식인 ‘방풍채’를 별미로 꼽으며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본지 2003년 1월27일자 16면 보도).

뇌졸중 예방 효과 등이 유명세를 만드는 데 한몫했지만 방풍은 향기와 맛, 풍부한 영양소로도 훌륭한 먹을거리다. 비타민 A·C와 미네랄을 비롯해 방풍에는 해열·진통성분도 들어있다. 나른한 봄철, 방풍으로 춘곤증을 떨쳐내고 달아났던 입맛도 되돌려 볼 일이다.

capa74@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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