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맛’이 경쟁력이다

입력 : 2009-08-14 00:00

농업·농촌의 트렌드와 가치…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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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통해 농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1차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곳이 바로 농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을 ‘상품화’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조리’라는 과정을 거쳐 음식으로 만들어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산된 음식에 농촌만이 부여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추억이라는 양념을 더해 ‘재미있는 맛’을 만들어내는 제2의 조리 과정을 거쳐 그야말로 ‘차별화된 농촌의 맛’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치즈 생산국 네덜란드 알크마르 치즈시장을 보면 이 ‘농촌의 맛’을 어떻게 조리해내야 할지 알 수 있다. 알크마르에서는 4~9월 매주 금요일에 17세기 치즈 거래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 치즈시장이 열린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 과정을 일종의 공연처럼 보여 줌으로써 관광객에게 치즈에 대한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알크마르에서 치즈시장을 보고 인근 치즈가게에서 치즈를 사 먹은 관광객에게 알크마르 치즈는 아주 특별한 치즈가 되는 것이다. 알크마르 치즈시장에는 연간 3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이처럼 차별화된 맛은 즐거운 체험과 함께할 때 고정되고 확대된다. 특별한 음식을 개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의 재료를 구하고 조리하는 과정까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음식을 특별하게 해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도시민들은 그 음식과 그것을 체험했던 지역을 함께 기억하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농촌 맛체험’이 지역 특산물 판매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체험을 통해 ‘재미있는 맛’을 느낀 도시민들은 지역 특산물 구매를 통해 이 경험을 확장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따라서 구상 단계부터 지역 특산물 판매를 염두에 둔 맛체험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한번 유치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산물의 브랜드화 등 기본적인 상품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맞춰 농특산물을 상품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량 구매가 일반화되는 만큼 소포장 특산물을 개발한다든지, 체험 프로그램에 포함된 특색음식을 가정에서 다시 맛볼 수 있도록 간편식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과 먹을거리가 둘이 아닌 하나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매실’ 하면 적잖은 사람들이 전남 광양을 떠올리는 것처럼 지역과 음식의 튼튼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도 음식도 그렇지만 간고등어·헛제삿밥 같은 경상도 음식이 상품화에 성공한 것은 먹을거리에 이야기를 덧붙인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건강에 좋고 맛 좋은 음식이라는 구호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성·장소성 등 정체성과 연계된 이야기 혹은 전혀 새롭게 만들어진 이야기와 함께하는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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