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방농정에서 농업 새길을 찾다⑽·끝 전문가 좌담회

입력 : 2017-01-16 00:00

정책 관련 교육 중요 소외농민 의견 수렴을

상향식 자율농정 위해 중앙·도·시군 뭉치고 농정심의위 더 활발히 농협·농민단체 협조도

농민과 자주 토론해야 지역 거버넌스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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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방농정 활성화방안 좌담회
 본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방농정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지방농정에서 농업 새길을 찾다’ 기획 시리즈를 연재해 왔다. 이를 통해 지방농정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며 국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특색 있는 지방농정을 소개하고, 일본의 선도적인 지방농정 사례를 현지 취재해 보도했다.

 이에 기획을 마무리하며 각계 전문가를 초청, 지방농정의 나아갈 길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9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본사 사옥에서 열렸다.



 참석자 - 김육곤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장,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가나다순>



 진행 = 최상구 취재부국장

 ― 상향식 자율농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지방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종수=현재는 지방도 예전과는 달리 충분히 역량은 있다. 다만 예산 항목의 경직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경북에서 2007년부터 운영한 FTA대책특별위원회는 이미 4기째에 접어들었다. 60여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분과별로 의견을 나누고 계획을 만들어 위로 올리는 상향식 농정이 많이 활성화돼 있다. 역량부족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마상진=경북과 충남은 그나마 낫지만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그런 움직임이 좀 덜하다. 주민들이 평소에 설명회 등을 한번이라도 한 곳과 안한 곳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초단체에서 의견을 수렴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데 이때 소외되는 계층 중에 하나가 청년농민들이다. 이들이 미래임에도 얘기를 못하고 있다. 또 여성농·고령농·영세농 등 다양하게 농정에서 책임질 부분이 많은데 지금의 농정 참여는 소수의 지역 토호세력 위주로 이뤄지는 것 같다.



 ▶김호=지자체별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방농정에 대한 합의구조를 갖추고 있는 곳은 확실히 역량이 높다. 지자체장은 선출직이라 정말 지역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해줘야 인정을 받기에 자기 입맛에 맞춰서 할 수만은 없다. 또 하나는 중앙정부와 도, 시·군 등 세 주체가 결합해 변화하면서 농정 추진체가 바뀐다면 충분히 지방에서도 농정을 끌어갈 수 있는 역량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김육곤=과거 지부장 시절 농정심의위원회에 참여해보니 요식행위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농정심의위원회 기능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또 지역농정에 꼭 필요한 부분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농민단체·농협 등의 적극적 참여와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아베 정부가 실시한 농협 개혁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조재호=기초자치단체는 농정 담당자 수는 적은데 이들이 수행할 사업이나 운영해야 할 제도가 너무 많아 실제 지역 여건에 적합한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브랜드 사업처럼 한두가지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 다수의 기초자치단체가 유사한 것을 시행하는 사례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 지역 단위 거버넌스(협치)는 어떻게 구축돼야 하는가.

 ▶조재호=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계획이다. 지방농정이라는 것은 농민·주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때 어떤 비전을 갖출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계획과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개별사업만 들어가는 경향이 많다. 중앙에서는 지자체의 사업이 정말로 필요한지 따져야 하기에 계획이 중요하다. 계획만 제대로 세워지면 그 안에서 역량에 따라 사업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방에 공평하게 분배하기보다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에 담겨 있는 사업인지부터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김호=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일종의 네트워크 과정인데 거버넌스 활성화는 체계 안에서 주민들과 끊임없이 토론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거버넌스는 농민들이 농정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농민을 농업정책의 대상이 아니고 농업정책의 주체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 농정의 중요한 모토로 삼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고 수년간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과정을 겪으며 전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토론해야 한다. 따라서 농민들이 농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구로 농업회의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마상진=지금은 농정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 외에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제도적으로 농정 참여 수단은 있지만 소수 농민단체나 활동가들밖에 모른다. 지방농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그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것 자체가 농정사업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그밖에 농민 교육도 중요하다. 본인들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창구를 알려주는 게 지역농정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한다.



 ▶김종수=경북은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농민들이 정부기관 관계자도 만나고 전문가들도 만나며 의견을 개진하고 자연스럽게 참여가 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단순하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심의하고 얘기하면 아무도 말을 못한다. 농민사관학교에서 그런 훈련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게 거버넌스에 기여하고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구축이든 지방농정 활성화든 농민들의 소득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는다면 농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 지방농정을 활성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육곤=현재 가금류와 양돈의 계열화사업처럼 농업에 거대 자본이 들어옴으로써 농업생산액이 농가소득과 관련되기보다는 기업의 이윤 쪽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농정을 활성화하면 농가소득의 균형 있는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협도 농가소득을 5000만원으로 어떻게 올릴지 고민도 많이 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거기에 지방농정이 함께해주면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호=궁극적으로 지방분권형 자율농정 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역할분담, 정책사업 분담 등을 통해 지방분권형 자율농정 체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지역농정 활성화를 위해 농업회의소와 같은 거버넌스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는 체계를 가져야 한다. 대화와 소통이라는 것이 지자체장에 따라서 잘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데 지자체장이 바뀌면 침체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도적인 근거를 확실히 마련해줌으로써 지방농정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상진=지방농정의 힘은 민주성·투명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지방농정의 거버넌스가 대표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 충남 홍성이나 전북 장수·완주 등에서는 자발적으로 이런 것들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고, 농업회의소를 시범사업으로 하는 지자체 사례도 있다. 이들 지역의 주민 만족도, 지방농정에 대한 책임감 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농민사관학교처럼 농민들이 다양한 정책과 접하는 기회를 통해 농정의 아이디어들을 수렴할 수 있는 활동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김종수=지방농정의 활성화는 기본적으로 지방농정 분권이나 경제적 분권으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그러면서 지방에서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예산을 배분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계획할 수 있다. 이때 계획은 지역 주민의 참여가 강화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계획의 실행과 그에 대한 것은 중앙이 평가해 지방에 내리는 개념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 함께 평가해야 한다.



 ▶조재호=지방농정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앙에서 아무리 잘해도 지역에 가면 그 지역에 안 맞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 그 지자체에서 기준을 만들어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게 잘 안되는 이유는 중앙의 행정편의주의도 있겠으나 지방의 책임회피 경향도 있다. 국가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지방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따로 있다. 예컨대 쌀 문제를 지방단위에서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런 문제는 중앙과 잘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자체는 그 지역의 특색을 배경으로 하는 사업과 이런 것들을 지자체가 리더십을 갖고 거꾸로 이끌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정리=김동욱·함규원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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