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재고파악 하세월…“최대한 많은 물량 당장 격리해야”

입력 : 2022-09-21 00:00 수정 : 2022-09-21 05:22

[기로에 선 쌀산업] (2) 구곡·신곡 처리방안 시급

8월말 기준 지난해산 재고량

국민이 한달반 먹을만큼 쌓여

산지 납품 출혈경쟁 등 잇따라

50만t 이상 격리·가격 관리를

 

쌀값 하락 문제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얼마를 언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서 산지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관망세를 취했던 유통업체·소비자단체마저 이제는 구곡을 최대한 빨리 격리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구곡 재고 34만t 안팎…국민 한달 반치 소비량=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산지농협 재고는 31만3000t이다. 평년(12만8000t)보다 무려 2.4배 많다.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재고도 상당하다. 한정호 한국RPC협회 회장은 “자체 조사한 결과 현재 2만5000∼3만t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햇벼 수확기가 다가왔지만 국민이 한달에 밥쌀을 24만t 먹는다면 한달 반치 물량이 쌓여 있는 셈이다.

다급해진 산지에선 출혈 경쟁이 잇따른다. 전남지역 A농협 관계자는 “광주광역시 RPC에서 유통업체에 20㎏ 기준 3만2000∼3만3000원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6월만 해도 3만9000∼4만원에 공급했던 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15일자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725원으로 지난해 수확기(5만3535원)와 견줘 24% 하락했다.

이풍우 충남 당진 합덕농협 RPC 장장은 “농협경제지주를 통해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재고조사를 다시 해갔다”며 “정부가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산지 다급한 심정 악용해 값 후려치기 성행=시간이 가면서 유통업체는 햅쌀로 속속 갈아타고 있다. 임정균 홈플러스 농산총괄본부장은 “9월로 접어들면서 2021년산 공급 산지를 딱 한곳만 제외하고 발주를 중단했다”며 “10월이 되면 아무리 싸더라도 전국 유통업체에서 구곡을 취급하는 곳은 아무데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체 양곡매대가 햅쌀 위주로 돌아가면서 일부 도매상의 값 후려치기도 성행하고 있다. 산지에 따르면 경기지역 쌀 도매상은 산지농협에서 20㎏당 4만5000원에 공급받은 쌀을 요식업소에 5만550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매상 중간 마진이 한포대당 1만500원으로, 평년(3000∼5000원) 수준을 2∼3배 뛰어넘는 수준이다.

◆“50만t 이상 당장 격리해야”=산지에선 최대한 많은 물량을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격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10월 기준 재고가 10만∼11만t으로 추정되는데 이 물량에다 햅쌀 초과 공급량을 더한 물량을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강원 철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햇벼 부르는 값이 지난해보다 40㎏ 기준 2만원이나 하락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농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곡 15만t 이상을 포함해 최소 50만t을 격리해 산지유통업체들이 농가 벼 매입에 최대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기도 최대한 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회장은 “시장격리가 지금 발표되더라도 기준 수분율(15%)을 맞추기 위해 다시 건조 처리해야 하는 등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9·15 작황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용경 전남 장흥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8월 잦은 호우로 전국적으로 수확이 일주일 정도 늦어지면서 우리 지역 기준 10월4일께 수확에 들어가고 11일쯤 RPC로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소한 그 이전까지는 2021년산을 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농민들이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격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소영·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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