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 엎친데 ‘햇벼’ 덮칠판…풍년 예고에 산지 한숨

입력 : 2022-09-16 00:00 수정 : 2022-09-16 05:44

[기로에 선 쌀산업] (1) 전운 가득한 2022년 쌀시장

전국 농협 RPC·DSC에

지난해산 재고물량 가득

올 병충해 적고 생육 양호

수확량 평년작 이상 전망

쌀값 폭락 여파 적자 막대

매입량·값 결정 진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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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산 벼 매입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남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양곡창고에는 여전히 지난해산 벼 재고물량이 가득 들어차 있다. 사진은 전남 강진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창고. 강진=이상희 기자

본격적인 벼 매입을 앞두고 산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곡 재고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올해 생산도 풍년이 예고돼 벼 매입을 둘러싸고 대혼란이 우려된다. 전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벼 건조저장시설(DSC)은 매입 여력이 고갈된 상태라 수확기 큰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더미 구곡 여전=올해산 햇벼 매입 시기가 다가왔지만 상당수 RPC와 DSC에는 구곡 재고가 가득 쌓여 있다. 쌀값 폭락을 견디다 못해 적게는 10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5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재고를 털어낸 일부 농협을 제외하면 대다수 조합은 재고미를 쌓아두고 또다시 햇벼를 받아야 할 처지다.

전남지역 농협들의 재고는 8월말 기준 8만7000t(정곡)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000t에 견줘 무려 3.6배나 되는 양이다. 전북지역도 8월말 기준으로 구곡 6만6000t이 쌓여 있다. 충남지역은 재고량이 7만8584t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57%나 많다.

다른 지역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원 경남 고성거제통영농협쌀조공법인 대표는 “아직도 재고 1200t이 남아 있다”며 “당장 10월11일부터 물벼를 받아야 하는데 적재 공간이 부족해 사방팔방 뛰고 있지만 답이 없다”고 탄식했다.

조현웅 경북 예천군농협쌀조공법인 장장은 “구곡 재고 7900t 가운데 햇벼 매입 때까지도 5000t가량은 남을 것 같다”며 “그만큼 햇벼 매입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장장은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에 햇벼는 들어오는 대로 받다가 창고가 다 차면 나머지는 못 받을 상황”이라고 했다.

충남 서산 부석농협은 2021년산 재고 3250t을 13일부터 다른 창고로 옮기고 있지만 자리가 부족해 우선 1차로 2400t만 민간창고에 옮기기로 했다. 우상원 부석농협 조합장은 “창고 확보가 안된 나머지 800t가량은 급한 대로 사일로에서 빼내 야적해두고 햇벼를 매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풍년이 두려운 산지=올해 벼 작황도 양호해 RPC와 DSC에 물량 압박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중권 전북 익산 황등농협 전무는 “벼 병해충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생육도 좋아 현 상황이 수확 때까지 유지된다면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기태 경남 김해시농협공동사업법인 대표는 “풍작이 예상돼 크게 긴장하고 있다”며 “올해는 조공법인 참여 조합의 조합원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농사짓는 농가에는 물량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용배 경기농협 RPC협의회장(경기 이천 부발농협 조합장)은 “농민들은 풍년 소식에 벌써부터 한숨짓고 있다”며 “이젠 풍년이 근심거리가 됐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산 벼 수확량이 평년작 이상으로 전망되면서 농협으로 물량이 몰려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곽덕일 충북 보은농협 조합장은 “현재 작황이 좋아 수확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농협에 몰아 내려는 움직임이 보여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현순 경기 안성마춤농협조공법인RPC 본부장은 “지역의 민간 RPC 두곳이 올해 공공비축미를 매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터라 그 물량까지 농협으로 올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더 많은 쌀을 어떻게 팔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진퇴양난 쌀시장=산더미 재고를 쌓아두고 햇벼를 대량 매입해야 하는 농협들은 진퇴양난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10월부터 넘쳐날 물량 처리가 막막한 실정이다. 김귀현 전남농협지역본부 양곡자재단장은 “올해 벼 생산이 수요를 36만t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1년산 재고까지 더하면 수확기 과잉물량은 50만t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농협 RPC와 DSC는 2021년산 쌀값 폭락 사태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어 벼 매입 여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문창환 충남 만세보령농협쌀조공법인 대표는 “2021년산 쌀값 폭락 여파로 대규모 적자가 나 올해는 벼값을 매우 보수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4만t을 매입했는데 올해는 작황도 양호하고 농협에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어떤 요구가 있더라도 벼값 결정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역별로 벼 매입량과 가격 결정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 더 나아가 쌀 수급 불안은 올 수확기를 넘어 갈수록 심화해 내년에는 더 큰 충격파가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원식 전남 영암 서영암농협 조합장은 “수확기 쌀시장 불안이 커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구곡 재고 전량에 대해 4차 시장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우 충북농협RPC운영협의회장(청주 오창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공공비축미 45만t에 추가해 구곡 20만t과 신곡 30만t을 조속히 시장격리해 쌀값 하락을 조기에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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