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제주 곳곳 할퀸 태풍…당근·마늘·무 등 겨울작물 농가 한숨

입력 : 2022-09-06 17:23 수정 : 2022-09-06 17:26

감귤하우스도 돌풍에 엿가락 휘듯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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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의 한 당근밭.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비바람으로 밭이 물에 잠기고 당근 줄기가 힘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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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표 제주농협지역본부장(오른쪽)과 강인봉 구좌농협 상무가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당근밭을 살펴보고 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새벽 제주를 강타하며 농업 현장 곳곳에 피해를 입혔다. 특히 파종이 한창인 겨울채소 농가에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6일 오전 당근 주산지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월정리 일대. 지난 새벽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았다. 파종을 완료한 당근밭에는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물에 잠기지 않은 밭도 당근 줄기가 강한 비바람 탓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문제는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농작물에서도 앞으로 조풍피해(소금기를 지닌 강한 해풍이 농작물에 주는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강인봉 구좌농협 상무는 “지역 당근농가 가운데 약 40%가 조풍 영향을 받을 걸로 추정된다”면서 “며칠 내 비가 와 소금기를 씻어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말라버릴 것”이라고 염려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파종을 마쳐 뿌리가 자리 잡지 못한 농가는 회복조차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상무는 “줄기가 어린 밭은 거의 폐작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어느 정도 생육이 진행된 당근 일부가 회복된다 해도 품위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성산지역 등 겨울무 주산지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태풍에 대비해 방풍망을 덮은 농가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미처 조치를 취하지 못한 농가는 뿌리흔들림 등 피해가 예상된다.

마늘·감자 등을 재배하는 서부지역 또한 해안가 농경지를 중심으로 침수나 바람 피해가 있었다. 일부라도 살리고자 복구에 나서려 해도 최근 치솟은 인건비 탓에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양경훈 대정농협 상무는 “마늘은 폭우에 뒤틀리거나 드러난 종구를 정비하는 데 파종보다 더 큰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감자는 침수가 오래되면 부패될 가능성이 높아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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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불어닥친 돌풍에 시설하우스가 기둥이 들리거나 밀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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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김영수씨가 돌풍 피해를 입은 시설하우스 구조물을 가리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원읍 일부 지역에선 감귤 시설하우스 피해도 발생했다. 간밤에 힌남노가 제주에 근접했을 때는 잘 버티던 시설하우스가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 돌풍에 엿가락 휘듯 밀려버렸다. 피해를 입은 <천혜향> 재배농민 김영수씨(57·신례리)는 “오늘 아침 점검할 때는 아무 이상 없어 마음을 놓았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 순식간에 구조물이 들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지 엄두가 안 난다”며 “아마 모두 철거하고 다시 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황금향> 농사를 짓는 양모씨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양씨는 “빗물받이 시설이 간신히 구조물을 지탱하고 있어 완전히 무너지는 사고를 막았다”며 “한창 수확해야 할 시기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도내 농협 사업장 곳곳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간밤에 제주시농협 서부주유소 담장이 무너지는가 하면, 조천농협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외부 구조물도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 천만다행으로 관련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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