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름다운 마을이 폭격 맞은 듯 폐허로”…농가 망연자실

입력 : 2022-08-19 00:00

중부권 수해 현장

[르포] 물폭탄에 초토화된 충남 부여 은산면 거전리 가보니

산사태로 가옥 여러채 무너져

일부 주민 죽을 고비 넘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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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김태영씨가 산사태로 무너진 자신의 집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우리 마을이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했버렸습니다.”

16일 충남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 가옥 여러채가 무너져 있고 엄청난 양의 토사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마을 곳곳에 밀려들어와 있었다. 벼와 맥문동·고추·고구마 등을 재배하던 논과 밭은 여기저기 유실되고 논 한가운데로 물길이 생겨 흐르는 모습도 보였다.

14일 새벽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부여에는 13일부터 14일 오전 8시30분까지 무려 176.7㎜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새벽 1∼2시에는 시간당 110.6㎜가 내려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민 이근용씨(65)는 “새벽 2시쯤 천둥 같은 소리에 놀라 집 밖으로 나와 보니 산사태가 나서 집 바로 옆을 토사와 바위 덩어리가 휩쓸고 지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산사태로 차량 3대와 농산물 저온저장고가 완전히 부서지고 집에 균열이 생기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씨 집 바로 밑에 사는 김태영씨(79)가 당한 피해는 더 심각했다. 토사가 집을 완전히 뒤덮어 집의 뼈대만 남고 모든 것이 망가졌다. 김씨는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숟가락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고 했다. 불행 가운데 다행으로 그는 몸이 아파 13일 서울에 사는 아들 집에 머물러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김씨는 “공공근로를 하며 간신히 먹고사는 형편인데 집을 완전히 잃었으니 앞으로 어디서 지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권영금씨(66)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는 “14일 오전 2시쯤 비가 너무 많이 오고 기분도 이상해 남편과 마당으로 나왔는데 약 2분 후에 토사가 집을 집어삼켰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방을 나와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자는 방으로 피신했는데 그 방도 토사에 매몰될 것 같아 욕실 창문을 뚫고 가까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김은환 백마강마을권역 운영위원장은 “거전리는 마을 앞에 구곡지천이 흐르는 등 경관이 수려하고 생태 환경이 잘 보존돼 있기로 유명한 마을이었는데 이번 산사태로 마을이 폐허가 됐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복구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부여=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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