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부여 종합] 멜론·수박·포도하우스 1550동 침수…“추석 대목농사 망쳤어요”

입력 : 2022-08-14 18:20

충남 청양·부여 집중호우

부여 은산면·규암면·부여읍 피해 집중

규암농협 시설도 침수…인명피해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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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농가 김영돈씨가 침수 피해를 당한 비닐하우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멜론을 살펴보고 있다.

“추석에 맞춰 출하하려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모두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물이 빠지고 해가 나니 벌써부터 잎이 시들시들해지네요.”

14일 오후 충남 부여군 은산면 함양리에서 만난 멜론 농가 김영돈씨(63). 밤새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멜론을 재배하던 비닐하우스 5동이 모두 물에 잠겼다는 그는 “멜론 농사 30년째인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처음이고 이런 피해를 당한 것도 처음”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3∼14일 충남 지역에는 부여군과 청양군을 중심으로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졌다. 부여의 경우 13일부터 14일 오전 8시30분까지 강수량이 무려 176.7㎜에 달했다. 특히 부여는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8월 1시간 최다 강수량’인 110.6㎜가 쏟아졌다. 이는 1995년 8월 24일 내린 시간당 64.5㎜를 넘어선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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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내린 집중호우로 부여군 은산면에 있는 논둑이 유실돼 있다.


이로 인해 은산면·규암면·부여읍 일대 멜론·수박·포도 비닐하우스 약 1550동이 침수되고 밤나무 재배지 여러 곳이 유실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한 한우농가는 산사태 피해로 한우 수 마리가 죽는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멜론은 특히 물에 약한 작물이라 한번 침수가 되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서 햇볕을 받자 침수됐던 멜론의 잎이 시들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동 배수펌프까지 구비하는 등 나름대로 호우에 대비해 왔지만 이렇게 많은 비가 한번에 쏟아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피해는 은산면뿐만 아니라 부여읍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멜론 농가 류재훈씨(60·부여읍 중정리)는 “비가 하도 많이 와 걱정되는 마음에 새벽 2시에 농장에 나와보니 물이 비닐하우스 내에 차오르고 있었다”며 “보름 후면 수확할 멜론 4동이 모두 침수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귀농한 후 17년째 멜론 농사를 짓는다는 우경하씨(68·부여읍 왕포리)도 “비가 얼마나 많이 왔으면 멜론이 절반 정도나 물에 잠겼다”며 “비닐하우스가 하천물에 의해 침수되면 토양까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내년 농사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인근의 김낙헌씨(62)는 “올해 농자재값과 인건비 급등한 거 생각하면 지금 있는 멜론을 좋은 가격에 팔아도 수익이 날까 말까인데 모조리 버리게 생겼으니 빚더미에 앉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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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겼다 모습을 드러낸 은산면 시내 도로가 진흙탕으로 변해 있다.

집중호우 피해는 농가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규암농협 밤 저장창고와 도정시설도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은산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은산면 시내가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있었다. 충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1시44분께 부여군 은산면 나령리 인근에서 봉고 트럭이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 사고로 트럭에 타고 있던 운전자 A(55)씨와 동승자 1명 등 2명이 실종됐다.

부여=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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