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살린 맛, MZ 취향저격 디자인…강릉여행 ‘필수기념품’ 된 이 술은?

입력 : 2022-07-06 00:00 수정 : 2022-07-06 10:56

[우리 술 답사기] (37) 강원 강릉 ‘자연과사람들’ 

깔끔한 뒷맛에 복고풍 디자인

MZ세대 사로잡은 ‘강릉소주’

강릉여행 ‘필수기념품’ 떠올라

칵테일 만들어 먹기에도 좋아

전국 4곳 모인 ‘우리소주조합’

전통증류소주 대중화 앞장서

공정 간소화해 가격 경쟁력↑

초록병에 지역별 디자인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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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사람들이 만드는 ‘강릉소주(25도)’.

소주 하면 무슨 색이 떠오르는가? 아마 십중팔구는 ‘초록색’이라고 답할 것이다. 1990년대 두산주류가 처음으로 초록병에 담긴 <그린소주>를 출시하고 인기를 구가한 이후 ‘소주병은 초록색’이 주류업계 공식처럼 됐다.

최근 전통주 업계에서도 초록병에 담긴 소주가 날갯짓하고 있다. 경기 가평 우리도가주식회사, 강원 강릉 자연과사람들, 충남 당진 순성왕매실영농조합, 제주 술도가제주바당이 의기투합해 만든 ‘우리소주조합’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농촌진흥청 ‘전통 증류 소주 대중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록병에 담긴 지역 소주를 출시 중이다. 그 가운데 자연과사람들을 찾아 <강릉소주(25도)> 생산을 하고 있는 조희동 대표(37)를 만나봤다.

“강릉 사람은 흔히 <처음처럼>을 지역 소주라고 불러요. 1920년대 강릉합동주조가 출시한 <경월소주>를 1990년대 두산이 인수하고, 이후 롯데로 넘어가면서 <처음처럼>이 생산됐거든요. 이젠 지역 소주하면 <강릉소주>를 떠올렸으면 해요.”

조 대표의 포부는 남다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통주 연구기관에서 술을 배웠다. 대학 시절 외식경영을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와 손을 잡은 사람은 이규선 팀장(43)이다. 이 팀장은 지금은 사라진 강릉 ‘방풍도가’ 이기종 대표의 아들이다. 방풍도가는 강릉지역 특산품인 방풍나물을 넣은 막걸리 <도문대작>으로 인기를 끌었다. 자연과사람들은 방풍도가가 있던 자리에 양조장을 세웠는데 지금도 양조장 입구에 방풍나물 마크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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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자연과사람들 조희동 대표(오른쪽)와 이규선 팀장이 우리쌀로 빚은 ‘강릉소주’ 맛을 확인하고 있다. 강릉=현진 기자

“막걸리는 냉장보관 해야 하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어요. 쌀을 씻고 고두밥을 찌고 식히는 과정도 손이 많이 가죠. 막걸리 양조를 접고 소주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전통 증류 소주 대중화 전략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다. 우리소주조합은 농진청에서 기술 이전받은 ‘생쌀발효법’과 증류주용 효모 N9을 사용해 술을 만든다. 또 초록색 공용병을 사용하고 붙이는 라벨을 생략해 기존 전통 소주보다 약 30% 정도 단가를 낮췄다. <강릉소주>는 국산쌀·효모·입국으로 술을 빚는데도 25도 기준 한병당 가격이 6000원 수준이다.

술 만드는 공정은 간소화했다. 생쌀에 물과 효모·입국을 넣고 밑술을 만들고, 밑술에 생쌀을 넣어 발효시켜 이양주를 빚는다. 이 이양주를 끓여 감압증류·상온숙성한 게 <강릉소주>다. 다른 양조장도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강희윤 농진청 연구사에 따르면 물·쌀 차이 때문에 지역 소주마다 맛이 조금씩 차이 난다고 한다. <강릉소주>는 톡 쏘는 맛이 강하고 약한 쌀향과 깔끔한 뒷맛이 난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증류주보다는 사케맛에 가깝다.

병엔 라벨을 붙이는 대신 지역색을 띠는 동물을 그린 실크스크린 처리해 고급화시켰다. <강릉소주> 병을 자세히 보면 호랑이와 박쥐가 새겨져 있다. 복고풍 디자인 덕분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에선 강릉여행 때 꼭 사가야 할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다. 지역별로 새긴 동물 문양 때문에 일부러 병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단다.

“의외로 젊은층에서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젊은층이 좋아하는 저도주로 낼까 고민도 했지만, 술 맛과 향을 포기할 수 없어서 25도로 결정했죠. 만약 도수가 높게 느껴진다면 매실청 1, <강릉소주> 1, 토닉워터 3 비율로 칵테일을 만들어 드시길 추천해요. 숨겨놨던 꿀팁 레시피입니다.”

조 대표는 차차 다양한 소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강릉 특산물을 활용한 소주나 고·저도주 처리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강릉에서 기반을 다져 언젠간 외국에 <강릉소주>를 선보이는 게 꿈이다.

“아직 전통소주가 희석식 소주를 대체하긴 어렵겠죠. 그래도 소비자들이 희석식 소주 대신 우리농산물로 만든 <강릉소주>를 먼저 찾아주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강릉=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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