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의 팔팔구구] 존경과 사랑의 차이

입력 : 2022-07-06 00:00

존경은 ‘우러러 받듦’ 의미

사랑 ‘열렬히 좋아하는 맘’

존경받지만 사랑 못 받고

그 반대의 사람도 있을 것 

‘성찰의 시간’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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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이라는 단어도 있고 사랑이라는 단어도 있다. 사람들은 이 두 단어를 한통속으로 생각할 때가 잦다. 존경받는 사람이면 저절로 사랑받을 것이고, 사랑받는 사람은 자연스레 존경도 받을 것이라고 여긴다.

두 단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존경은 ‘우러러 받듦’이라고 돼 있고 사랑은 ‘다른 사람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적혀 있다. 존경은 받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고 사랑은 받지만 존경과 거리가 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필자 내외가 병문안하러 고(故) 이어령 교수댁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 교수는 단정한 옷차림을 한 채 소파에 앉아 손님을 맞이했다. 병마와 씨름하느라 기력이 많이 소진돼 있을 텐데도 태도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최근 김지수 작가가 펴낸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이 문득 떠올랐다. 책 속에 담긴 대화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이 있어 이를 전달할까 한다.

김 작가가 질문했다. “문제적 인간이셨죠.”

이 날카로운 질문에 이 교수의 답변은 솔직담백했다. “그래. 그래서 사는 내내 불편했지. 아이 때도 어른이 되고서도. 이상한 사람이다, 말꼬리 잡는다, 얄밉다는 소리만 들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야. 나 좋다는 사람 많지 않아. 모르는 사람은 좋다고들 하지. 나를 아는 사람들, 동료, 제자들은 나를 다 어려워했어. 이화여자대학교 강의실에서 강의하면 500∼600명 좌석이 꽉꽉 차도 스승의날 카네이션은 다른 교수에게 주더구먼. 나한테는 안 가져와. 허허.”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평생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받지 못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필자가 특별히 이 대목에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니라 이 교수가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차렸던 것을 방증하고 있어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자각을 ‘통찰(Insight)’이라고 한다. 부처 역시 생로병사의 비밀을 찾고자 6년간 고행한 끝에 답을 얻었다. 불교에서는 이를 ‘깨달음’이라고 한다. 이 교수의 통찰이나 불가에서의 깨달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작가의 책을 읽는 내내 이 교수가 깨달은 바를 마음속에 새기려 노력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시절 같은 학교 기독교학과에 서광선 교수가 근무했다. 하루는 김옥길 총장이 서 교수를 불러 어떤 보직에 일할 수 있는 좋은 교수를 한 사람 추천하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단다. 서 교수는 나름대로 후보를 고르고 골라 김 총장에게 가장 적합한 사람을 천거했다.

그랬더니 김 총장이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했다. 그 이유가 다소 황당하다. 천거한 사람이 너무 똑똑하다는 거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 서 교수는 되물었다. “총장님 저도 똑똑하지 않습니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그러니깐 당신도 조심해”였다.

서 교수 역시 이 경험을 통해 존경과 사랑의 차이를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실제 그는 학생으로부터 꽃을 많이 받는 교수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똑똑하고 지식을 많이 축적한 사람은 업적에 따라 세간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감 능력, 배려심, 이타심, 경청의 자세 등이 결여돼 있다면 타인의 사랑을 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혹시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얻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고 외롭다고 느낀다면, 존경을 받고 있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면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비가 하릴없이 내리는 장마철 필자 역시 그 지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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