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아무도 울지 않았으리라

입력 : 202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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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생각나는 시가 김종삼(1921∼1984)의 <민간인>이다. 2연 7행에 불과한 짧은 시이지만 감당하기 힘든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1연은 아무런 설명 없이 시간과 장소만 제시한다. 그런데 저때가 언제이고, 저기가 어디였던가. 해방된 지 2년, 6·25가 터지기 3년 전. 38선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을 때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났으나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하던 혼란기. 한 가족이 야음을 틈타 월남을 시도한다.

사공이 신신당부했으리라. ‘작은 소리라도 나면 우린 다 죽는다.’ 캄캄한 밤바다보다 더 캄캄했을 생의 앞날. 뱃멀미가 났으리라. 젖먹이는 오죽했으랴. 급기야 으앙, 울음이 터진다.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생사의 기로. 아기 입을 틀어막고 있던 (아마도) 젊은 어미가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다들 못 본 척했을 것이다. 아무도 울지 못했을 것이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이 대목이 문제적이다. 왜 익사시켰다고 하지 않고, 바다가 젖먹이를 삼켰다고 했을까. 나는, 시인이 피붙이를 물속으로 집어넣은 어미를 적극 변호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어미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는 항변이다. 시 제목이 <민간인>이다. 비극의 원인 제공자는 따로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마지막 행 또한 의미심장하다. 20여 년이 지났지만(이 시는 1977년에 발표됐다) 아무도 그 수심을 모른다는 것인데, 이때의 수심(水深)을 우리는 살아남은 자의 수심(愁心)으로 읽어야 한다. 고향과 피붙이를 잃은 일가족은 그 후 어떤 생을 살아냈을까. ‘민간인’의 쓰라린 가족사를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민간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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