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불조심기간 확대·임업직불제 보완해야”

입력 : 2022-06-22 00:00

[인터뷰] 취임 한달 맞은 남성현 산림청장

경남 밀양 산불 체계적 대응

임도·전용헬기 부족 아쉬워

전문대원 인력 크게 확대를

산림보전형직불제 추가필요

사익 피해 산주에게 지급을 

 

“산림청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아카시아(아까시나무)꽃이에요. 그러나 올해 보니 밤꽃으로 바꿔야겠습디다.” 선문답의 주인공은 남성현 산림청장이다. 우리나라 산불조심기간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11월1일∼12월15일, 2월1일~5월15일로 나눠 운영된다. 아카시아꽃이 산불조심기간이 끝나는 5월15일 전후로 피어나니 이때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뭄 등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대형산불이 장마철을 제외하고 연중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밤꽃은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중순에 개화한다. 남 청장은 작은 체구였지만 달변이었다. 본인 스스로 “돌아갈 때도 있어야 하는데 돌아가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말할 만큼 직설적이었다. 5월13일 취임한 남 청장을 이달 17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 취임한 지 얼마 안돼 경남 밀양 산불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평소 ‘위기는 기회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산불이 나면 어느 부처에서 대응하는지 잘 모른다. 산림청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세가지 불을 끄려고 했다. 첫째는 산불, 둘째는 ‘언론불’, 셋째는 ‘책상불’이다. 산에 불 끄는 사람, 언론에 실시간으로 알리는 사람, 대통령실부터 유관기관까지 보고하는 사람 이렇게 나눠 체계적으로 실시간 대응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결과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임도와 진화 전용 헬기가 너무 부족했다. 산불 진화는 전쟁 때 진지를 점령하는 것과 같다. 불이 나면 헬리콥터가 위에서 끄고 밑에서 차량이 올라가면서 진압한다. 그런데 임도가 없다보니 사람 4명이 플라스틱 호스 500m짜리를 각자 메고 산기슭까지 올라간 뒤 이것을 2㎞ 되게 이어 물을 뿜어야 했다. 국유림은 그나마 낫지만 밀양지역은 100% 사유림이어서 임도 보급률이 저조했다. 환경단체에선 산림 훼손을 이유로 임도 설치를 반대하지만 밀양 산불 피해규모가 760㏊다. 수백년 키운 숲을 하루아침에 잃은 것이 더 큰 손실 아닌가. 국내엔 물 8000ℓ를 한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진화 헬기가 6대 있다. 신속한 진화를 위해선 10대는 더 사야 한다. 전문 진화대원도 현재 435명에서 크게 늘려야 한다.


― 화재 원인은 규명됐나.

▶아직 파악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불은 99%가 사람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일어난다. 특히 논밭 두렁 태우기가 주원인이다. 산림청·농촌진흥청에서 논밭 두렁을 소각하지 말라고 알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일부 시골 어르신은 논밭을 태워야만 한해 농사가 잘된다고 생각하신다.

기후변화도 요인이다. 밀양 산불은 5월31일 발생했다. 산불조심기간도 끝났고 전문 진화대원 활동기간도 종료된 후였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담도 커진다. 산불조심기간을 장마철을 제외한 연중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임업직불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10월1일 첫 시행에 맞춰 국유림관리소·지방산림청 등에서 임업경영체 등록을 받고 있다. 시행령·시행규칙이 현재 법제처에 제출돼 조만간 확정 후 공포되면 7월부터 임업인·산주는 전국 각 읍·면·동사무소에서 임업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 2005년부터 추진해온 숙원 사항이 달성돼 의의가 크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특히 ‘산림보전형직불제(가칭)’를 추가해 공익 때문에 사익을 침해받는 산주에게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한강변 산림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 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해당 산의 규모·위치 등을 파악해 국가가 일정 부분 보전해줘야 한다.


―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청장에 올랐다.

▶고교(대전고등학교) 때 공부를 꽤 잘했다. 목표했던 서울대 입시에서 수학문제 한개 차이로 낙방했다. 대입 얼마 전에 서울 신림동에서 7급 국가공무원 500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시험에서 떨어지자 영어·수학은 자신이 있었고 행정법·행정학 두 과목만 배우면 되겠다 싶어 두달 바짝 공부한 결과, 1977년 만 18세로 최연소 합격했다. 이후 2017년을 끝으로 40년을 산림청에서 근무했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와 과거 선배들이 못다 한 것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그게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인가.

▶청장으로 내정되자 1996년 제18대 산림청장을 지낸 이영래 선배께 연락해 당신이 슬로건으로 내건 산림 르네상스를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써도 되느냐고 여쭸다. “너무나 반갑다, 마음껏 쓰라”고 하셔서 취임사에 담았다. 임업을 환경만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측면에서 조화롭게 추진해 임업인·산주·국민의 정책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

대전=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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