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보다 구독자 많은 충주시 유튜브…‘B급 감성’ 넘치는 그가 있다

입력 : 2022-06-15 00:00 수정 : 2022-06-16 06:25

[농촌 Zoom 人] 지자체 유튜브 운영하는 ‘홍보맨’ 김선태씨

“톡톡 튀는 문구로 농산물 알려 ‘대박’ 났죠”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 25만명 달해, 시 인구보다 많고 전국 지자체 중 ‘톱’

농담·상황극 섞으며 B급 감성 뽐내…영상 완성도와 상관없이 반응 폭발

인구·자본력보다 독창성 대중 움직여 “여유있는 삶이 농촌 경쟁력” 조언도

 

김선태 충주시 홍보팀 주무관이 시내 한 스마트팜에서 딸기 모종을 액션캠(영상 촬영기)에 담고 있다. 충주=김병진 기자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주제로 퀴즈를 내볼까 한다. 1000만명 이상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7만5000명. 그렇다면 인구 21만명의 충북 충주시 구독자는 과연 몇명 정도 될까.

정답은 25만명이다. 등록된 시 인구보다 많은 숫자고, 광역·기초자치단체 유튜브 채널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자랑한다. 보통 이들 기관에서 생산하는 영상 하면 뻔하고,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이 들기 일쑤인데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충주시에 그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해답을 찾으려면 시청 홍보팀 김선태씨(36)를 만나야 한다. 카메라 하나로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이하면서 때론 유쾌한 영상을 담아내며 ‘충주시 유튜브 신드롬’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채널에 올라간 영상은 주제를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 뒤죽박죽이다. 조악한 영상미로 충주산 사과를 홍보하는가 하면, 유명 인사와 잡담을 나누다 갑작스레 시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하수처리장에서 카레 덮밥을 먹으며 시설물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영상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반응은 폭발적이다. 조회수 750만회가 넘어가는 것도 있고, 그의 노력과 기발함을 칭찬하는 댓글도 수백개씩 달렸다.
 

김선태 충주시 홍보팀 주무관(오른쪽)의 유튜브 영상 촬영 모습. 김 주무관이 조길형 충주시장(왼쪽)과 함께 지역 관광산업 발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인기 비결이요? 먼저 시에서 저에게 채널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어요. 실패의 두려움, 검열의 과정이 사라지니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거죠. 여기에다 ‘B급 감성’이라고나 할까요. 가벼운 농담,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극 등을 적절히 섞으며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했던 것도 주효했습니다.”

그가 살아온 길도 유튜브 채널만큼 평범하지 않다. 잘 다니던 수원의 한 대학교를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겠다며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으로 들어갔던 적도 있단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향인 충주로 돌아오고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다. 2016년 10월 산척면사무소로 발령을 받아 공직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2018년 7월 지금의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지역 농촌을 향한 그의 애정도 남다르다. 첫 발령지가 면사무소였기도 하거니와 아버지도 벼와 고추·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해서다. 김씨가 지역농산물을 알려보겠다며 홍보물에 넣은 문구도 소위 ‘대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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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농산물을 홍보하는 종이가방. 여기에 김선태 주무관이 만들어낸 창의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다.
김선태 주무관이 만든 홍보 포스터. 사진=충주시

‘눈에는 눈, 이에는 옥수수! 충주 대학찰옥수수’ ‘고구마계의 호날두(포르투갈 축구선수), 산척 고구마’ 등 흥미로운 문구가 담긴 홍보물은 소문을 타고 온라인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인기가 커질수록 자연스레 입방아에 오르기 쉬운 법. ‘시청 최고 홍보요원’에게도 몇차례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영상에서 다른 지역 농산물을 언급했다가 해당 농민들이 시위대를 결성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촬영을 하다 몇몇 정치인 이름을 재미 삼아 거론했는데 이를 불편하게 여긴 몇몇 시청자가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3∼5분짜리 영상의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내용 일부만으로 판단하면 오해가 생기곤 하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홍보 영상을 만들자고 한 건데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색안경 끼지 않고 타인의 언행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관용이 다소 아쉽다고나 할까요.”

한때 면사무소 직원 출신으로서, 지금은 어엿한 중소도시 시청 홍보팀 구성원으로서 그가 평소 고민해온 농촌과 지방의 경쟁력을 올릴 방법도 제언했다. 그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온라인 세상이 커지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제가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곳에서는 자본력이 앞서 있다거나, 인구가 많다거나, 사회 기반시설이 잘돼 있다는 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독창적이고, 유익한 무형의 가치를 생산하는 능력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온라인 연결성이 좋아질수록 토지·접근성·사회간접자본과 같이 과거에 주목받았던 것들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지방의 경쟁력을 여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인구밀도가 낮은 것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도 조언했다.

“시내 농촌 초등학교 학생들은 방과 후에 골프와 승마를 배운답니다. 이처럼 농촌이나 지방은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고, 지나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지역공동체가 살아 있잖아요.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정책을 펼친다면 지방이나 농촌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충주=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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