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의 팔팔구구] 몸치장, 마음 치장

입력 : 2022-04-20 00:00

01010101801.20220420.900047966.05.jpg

얼굴에 화장하고 명품 걸쳐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지만

마음 단장도 잘해야 인격자

입고 다니는 옷 허름하거나 명품 착용을 비난하는 것은

관용과 아량이 부족한 행동

 

치장이라고 하는 것은 매만져 곱게 꾸미거나 모양을 내는 것을 말한다. 매만진다는 것은 흔히 몸을 연상하겠지만 마음도 포함이다. 필자는 네팔을 오래도록 다니면서 많은 소수 종족을 만났는데 특히 몸치장을 많이 하는 종족이 있다. 금붙이로 귀걸이·코걸이·입술걸이까지 몸치장을 하지 않은 곳이 없다.

나는 이들을 보고서 처음엔 아름답다기보다는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평소에도 그런 치장을 하고 다니지만, 축제일이 되면 옷도 요란한 전통 복장으로 바꿔 입고 하루를 즐긴다. 자주 보다보니까 아름답기도 하다. 그래서 모두 치장을 하나보다.

나는 한때 젊은 여성이 분도 바르고, 연지도 찍고 하는 것을 보고 민낯으로도 아주 아름다운데 왜 화장을 하나 했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런가. 미를 향한 욕망은 끝이 없나보다. 그 증거는 멀리 갈 것도 없다. 서울 강남 노다지 땅에 성형외과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일생 정신의학을 공부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마음 치장이 몸치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치장을 잘못하면 나에게 신세 지는 환자가 된다. 반대로 마음 치장을 잘하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인격자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손자를 사장으로 모시고 동영상을 찍는다. ‘이근후 스튜디오’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래도 구독자가 꽤 된다. 영상 밑에 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요즘 시간 날 때 이들에게 답글을 달아주는 맛으로 산다.

필자는 옷에 큰 관심이 없는데 가끔 댓글에 “옷이 잘 어울리십니다”라는 칭찬이 이어지면 무안하기 짝이 없다. 치장이 주제로 나왔으니 ‘결혼식 정장’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

한번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게 됐다. 헌데 친구가 필자에게 축시를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밤새워 정성껏 시를 써내려갔다. 당일 친구의 부탁대로 축시를 읽으려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사달이 났다. 갑자기 주례를 선 목사님이 대중에 나서지 말라고 손사래를 하는 것이다. 순간 당황해 그에게 물었다.

“아니 친구 부탁을 받아서 열심히 시를 썼는데 왜 못 읽게 하십니까.”

그에게서 예상 밖 답변이 돌아왔다. “당신이 입은 옷, 정장이 아니잖아요. 이런 중요한 행사에서 정장도 입지 않고 어찌 사람들 앞에 나선단 말입니까.”

그 말을 듣고 난 후 필자의 옷매무새를 살폈다. 미군 작업복을 다른 색으로 염색한 옷이 후줄근해 보였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목사님! 이게 제 정장이나 다름없는 옷입니다.”

하지만 이미 장내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까지 말없이 단상을 응시하고 있어서였다. 하는 수 없이 축시 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 사건에는 사실 사연이 있다. 대학생 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워 이 옷 한벌로 오랫동안 버텨야 했다. 그때 기억 때문일까. 어른이 되고 경제적 여유도 생겼지만 여전히 정장은 불편한 존재다. 물론 조문을 갈 때나 결혼식 주례를 설 때 정장을 입는다 해도 일상 속에서는 편하게 입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필자가 느끼기에 명품이라는 말이나 짝퉁이라는 말이나 도긴개긴이다.

평상복이라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명품을 걸쳐야 평온을 찾는 사람이 있다. 겉보기엔 다를지언정 사실 편한 것을 추구한다는 데 크게 다르지 않다. 치장에 대한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이 다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옷이 허름하다거나, 명품으로 치장한 것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관용이 부족한 행동이다.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