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PTPP, 농민은 물론 국민 공감대도 못얻어…소통·지원대책 늘려야”

입력 : 2022-04-18 00:00 수정 : 2022-04-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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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재갑 민주당 의원

농업계와 협의없이 일방 추진 중국 가입땐 연간 2조원 피해

후쿠시마산 수입 연계 우려도 국민건강보다 경제 앞서면 안돼

19일 국회서 관련 토론회 열어 농업 위기 알리고 공론화할 것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이 농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거대 경제동맹에 들어갈 경우 연간 농업 피해는 ‘조(兆) 단위’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신청 안건이 의결됨에 따라 이런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에게 문제와 대응방안을 물어봤다. 윤 의원은 19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대한민국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CPTPP,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 정부의 CPTPP 가입 추진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가장 큰 문제는 CPTPP로 촉발되는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업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는 ‘협상전략’을 이유로, 농업계와 정보를 공유하기는커녕 사후 통보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월 설명회와 3월 공청회 모두 농업계와 진지한 소통이나 의견수렴 없이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의 ‘요식행위’로 진행된 까닭에 농민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CPTPP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은 96.1%로 전면 개방 수준이다. 다른 산업에서 CPTPP가 ‘호재’로 작용할지 몰라도, 농업에서의 CPTPP는 ‘악재’ 그 자체다.


- 토론회에서는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짚을 계획인가.

▶지금까지 대다수 국회 토론회는 협정을 체결한 뒤 대책을 찾는 ‘사후약방문’식 논의에 그쳤다. 이번 토론회는 CPTPP 신청 전 단계부터 농업계와 학계,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CPTPP가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부와 농업계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면서 의제를 공론화할 것이다. 적어도 CPTPP 가입 협상에 나서는 산업부가 농업계의 절박함을 ‘서류’와 ‘숫자’가 아닌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농업의 위기’로 인식하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계기가 되도록 토론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 정부가 내놓은 농업분야 피해액은 어떻게 평가하나.

▶CPTPP 가입 땐 ▲최대 수준의 상품시장 개방 ▲강화된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범 적용에 따른 수입 허용품목 확대 ▲만장일치제인 CPTPP 특성상 개별 회원국의 농산물 추가개방 요구 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의 피해 확대는 물론 지속성 여부조차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농업분야 피해액이 매년 최소 853억원에서 최대 4400억원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가입 신청한 중국을 염두에 두지 않은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거나 SPS 규범 이행 과정에서 사과·배 등 미개방 품목이 개방될 경우 연간 2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업분야에 큰 충격을 안겼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액의 2배가 넘는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된 셈이다.


- CPTPP 가입과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이 연계될 가능성은.

▶올 2월 대만 정부는 CPTPP 가입 과정에서 일본의 지지를 얻기 위해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 수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도 CPTPP 가입과 연계해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건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 경제적 가치가 우선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도 지난 1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로, CPTPP 가입과 연계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혹여라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을 재개하려고 한다면 저부터 수입 반대에 앞장서겠다.


- 정부의 CPTPP 지원대책을 농업계가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인데.

▶농업의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3월 ‘CPTPP 관련 공청회’에서 밝힌 지원계획은 ▲피해보전직불제 연장 ▲폐업지원제 재도입 ▲생산·인프라 확충 ▲공익직불제 확대 개편 등 기존 사업의 재탕·삼탕에 불과한 것들이다. 적어도 농업부문의 직·간접적 피해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과 지원사업을 마련해야만 농민과 농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농업이 지속될 수 있다.


- 정부가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해수위나 농업계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우리 농어민은 통상협상의 이해당사자임에도 한·칠레 FTA 이래 20여년간 논의과정에서 한결같이 배제됐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통상조약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위원회를 조직하고,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설명회도 내실화할 것이다. 정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만 협상과정 등을 보고하고 있는데, 관련 상임위인 농해수위까지 보고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업계와 소통이 개선되고 농어민의 입장과 요구사항도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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