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원오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입력 : 202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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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원오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농산물 공공수급 절실…국가책임농정 관철”

개방농정 적폐 청산 앞장설 것 농산물 가격결정 농가 참여 등

‘농민기본법’ 제정 때까지 온힘 정부 CPTPP 가입 막아내야

 

“잘사는 농촌은 방송 프로그램 <6시 내고향>에만 있고 실제 농촌은 사람이 못살 정도로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대전환의 시기, 농업·농촌 문제가 외면받지 않도록 농민 목소리를 결집하고 전달해야 하는 농민단체의 어깨가 무겁다. 1월25일 선출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만나 농정 현안과 앞으로의 각오 등을 물었다.



-2년간 전농을 이끌게 됐다. 소감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전농 의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2000년 부산 강변 공원화사업 때 강변 농민들이 무력하게 경작지를 빼앗기는 걸 보고 전농활동을 시작했다. 농민 권리 보호를 위해 조직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농민들 처지는 비슷하다. 전농에 뛰어든 초심을 잃지 않고 2년간 농민들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싸우고자 한다.


- 대선이 코앞이다. 후보들이 저마다 농정공약을 내놓는데.

▶표를 위한 선심성 공약만 있지 근본적 문제를 바꾸겠다는 후보는 안 보인다. 식량자급률을 몇퍼센트(%)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인 헛공약이다. 같은 공약집 안에 태양광과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함께 담겨 있다. 앞뒤가 안 맞는다. 농지 확보가 병행되지 않는 한 식량자급률 제고는 사기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업을 언제든 희생해도 되는 것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철학이다. 전농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책임농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투쟁할 계획이다.


- 국가책임농정이 무엇인가.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목숨산업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 적어도 국민 먹거리, 국민 건강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 안전은 더욱 불확실해진다. 국가는 농민에게 생산비를 보장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수급하게 하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다섯끼 중 한끼만 우리 것을 먹는다. 수입이 끊기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면 우리는 이틀에 한끼 정도만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자급률이 적어도 30∼40%까진 올라와야 한다. 전농이 주요 농산물을 국가가 수매하고 급식 등 공공분야에 활용하는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제안하는 배경이다.


- 지금까지 정부는 농업과 먹거리를 책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최근 쌀 시장격리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개정 양곡관리법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쌀 시장격리를 두달여나 뒤늦게 추진한 것도 모자라 격리방식도 ‘최저가 역공매’를 택해 농민을 우롱했다. 기준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농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내 나락 먼저 팔기 경쟁’만 붙였다.

양파 사태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은 100이 필요할 때 95만큼 생산되면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모자라는 5는 수입하면 돼서다. 반면 105가 출하되면 남는 5 때문에 가격이 끝없이 추락한다. 농민들이 정부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심은 양과 출하시기를 파악했다면 적어도 5만큼은 폐기나 격리해서 생산비는 건지도록, ‘올해 적자는 면했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책임져달라는 거다. 전농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해 ▲식량자급률 100% 설정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 ▲농산물 가격 결정에 농민 참여 등을 골자로 한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제정까지 온 힘을 다할 것이다.


- 주목하는 또 다른 농정 현안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문제다. 농산물 추가 관세 철폐는 물론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에 따른 국민 건강문제, 만성적 대일 무역적자 악화 등 얻는 것은 별로 없이 잃기만 하는데 왜 가입하려는지 모르겠다. CPTPP 문제는 전국 농민단체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가입을 막아낼 것이다.


- 전국 9개 도연맹과 100여개 농민회로 구성된 커다란 조직을 이끌어갈 비전·계획이 있나.

▶자신이 처한 문제를 잘 모르는 농민들이 많다. 농업문제를 농민 속으로 더욱 가져가겠다. 또 한편으론 농업문제를 국민 속으로도 가져가겠다. 식량위기와 같은 농업문제를 농민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위기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

양석훈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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