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핫플] 순천 ‘청수정’, 주민이 ‘멋’내고 ‘맛’살려 연중 문전성시…도심 활력소

입력 : 2022-02-25 00:00 수정 : 2022-02-27 00:11

전남 순천에는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장소들이 많다. 1930년대초에 지어진 한옥을 리모델링해 지역특산물로 만든 별미음식을 파는 금곡동 ‘청수정’이 그 가운데 한곳이다. 아울러 600여년 전 지어진 읍성을 재해석해 고즈넉한 산책로로 조성한 행동(幸洞)의 ‘서문터정원’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 골목 구석구석이 관광객의 눈길·발길을 잡으며 이색명소들로 거듭나고 있다.

01010101201.20220225.001328201.02.jpg
90여년 된 한옥에서 마을주민들이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한정식을 판매하고 있는 식당 '청수정'.

[우리동네 핫플] ② 전남 순천 한옥식당 ‘청수정’

주민이 동네 ‘멋’내고 ‘맛’살려 연중 문전성시…도심 활력소

지역주민참여 도시재생사업 일환 90여년된 한옥 현대식으로 재단장

지역농산물로 만든 순천정식 내놔 칠게된장국·삼겹살 미나리전 인기

일제강점기 때 헐린 ‘부읍성’ 복원

작은 도서관 등 문화공간 마련도 골목 벽화·바닥엔 옛지도 볼거리

 

01010101201.20220225.001327828.02.jpg
순천만에서 나는 칠게가 들어간 칠게된장국·칠게장 등 한상이 차려져 있다.

◆90년 된 한옥에서 즐기는 한정식=전남 순천 ‘청수정’은 90여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식당이다. 현대식으로 개조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2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벽면 한쪽이 큰 유리창으로 돼 있어 건너편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의 어린 잎까지 구경할 수 있다.

지역 청정농산물로 준비한 음식재료가 매력적이다. ‘순천정식’은 지역민·관광객에게 순천산 산해진미를 제공한다. 순천만에서 나는 칠게를 갈아서 넣은 ‘칠게된장국’과 ‘칠게장’은 대표 메뉴다. 제철 재료를 활용해 철마다 나오는 요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봄철에는 새콤한 고춧가루 양념을 올린 ‘가오리찜’과 무·깻잎 등이 곁들여진 ‘간자미 회무침’이 나온다. 단품메뉴인 ‘삼겹살 미나리전’도 인기다. 이 지역 미나리는 줄기가 굵고 향이 강해 관광객들의 주문에 빠지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술로는 순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를 추천한다. 지역 청년들이 손수 만든 ‘순천특별시’는 열대 과일 풍미가 제법이다. ‘월등’ 수제맥주 또한 순천시 월등면 특산물인 복숭아 맛을 연상시키는 맥주다. 달콤하고 향긋한 복숭아 향이 한식과 잘 어우러진다.

식당 바로 옆에는 음료와 간식을 파는 ‘청수정 다방’이 있다. 인기 메뉴는 건물 뒤편 야산에서 직접 딴 아카시아 청을 넣어 만든 ‘아카시아 벚꽃에이드’다. 꿀이 들어가 향긋하면서 달달한 맛이 일품이다. 직접 기른 당아욱 꽃으로 만든 ‘블루멜로우 레몬에이드’ 역시 찾는 사람이 많다. 당아욱 차에 산(酸) 성분을 첨가하면 보라색 음료가 연분홍색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냈단다.

꽃차와 즐길 수 있는 전통과자 ‘오란다’는 특히 어르신들이 즐기는 메뉴다. 달콤하고 구수해서 자꾸 손이 가는 간식이다. 다른 데서 판매하는 것이 딱딱해서 먹기 힘들었다면 이곳에서 직접 개발한 오란다에 도전해보자. 어르신 입맛에 맞춘 이곳 오란다는 부드러워 치아가 좋지 않아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01010101201.20220225.001327832.02.jpg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된 순천 골목에는 옛 순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지역민이 함께한 마을=청수정은 2015년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청수골 새뜰마을’ 사업의 하나로 생긴 곳이다. 순천시는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을 기와지붕과 서까래 등만 남겨두고 리모델링했다. 완성된 공간을 채운 것은 지역민이다. 순천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주민 16명이 모여 2017년 ‘청수정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60대 이상 어르신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한다. 신영 청수정협동조합 이사는 “마을에 뭐가 필요한지 제일 잘 아는 실제 거주민이 운영을 하니까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 없이 굴러가는 것 같다”며 “식당을 운영하고,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시도 쇠퇴한 마을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2003년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는가 하면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 도시재생 문화기획자와 마을 해설사를 양성했다. 모세환 시 도시재생 코디네이터는 “순천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울러 미래도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하게 상업성 등만 따져서 도시를 키워나가면 속도는 빠를지라도 지역의 정체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미를 살린 도시=청수정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서문안내소’도 시민들의 작품이다.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때 허물어진 ‘부읍성’을 되살린 곳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부읍성은 1430년 지어진 건축물로, 당시 길이 1025m, 높이 3.6m의 성이었다. 그대로 복원하면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막힌 느낌이나 통행의 어려움을 줄 수 있단 이유로 문제가 제기됐다. 그래서 성곽 대신 ‘서문안내소’라는 구름다리가 세워졌다. 현대식 콘크리트 구조물에 중앙 부분만 돌을 얼기설기 쌓아올려 성곽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 주민들은 구름다리 계단을 오르며 산책을 즐긴다. 이곳 안에는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순천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 마을방송실과 작은 도서관, 주민 커뮤니티실 등이 있다.

이곳 산책로를 따라 10∼20분 걸으면 ‘서문터정원’이 보인다. 녹음이 어우러진 중앙엔 순천의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기하학적인 조형물이 있다. 산책로를 벗어나 골목길을 따라 15분가량 더 들어가면 주민들이 전시해놓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골목 벽마다 프러포즈 하는 커플, 친근한 만화 캐릭터 등 벽화가 그려져 있다. 병뚜껑과 자전거 바퀴 같은 폐자재로 조형물을 만들어 꾸며놓기도 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곳저곳 숨은 벽화와 조형물을 찾으며 산책하는 재미도 있다.

01010101201.20220225.001327839.02.jpg
매산뜰 광장에 그려진 1872년 순천의 모습을 담은 '순천부지도'.

벽화를 감상하다보면 매산뜰 주차장 앞 광장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 바닥에는 1872년 순천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순천부지도’가 그려져 있다. 지름이 다섯발자국 정도되는 지도에는 옛 고을 수령의 업무내용을 살필 수 있다. 군사적 요지인 좌수영과 주변 산맥·하천 등이 꽤나 정확하게 나와 있다. 바닥에 그려진 지도와 고개를 들어 보이는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라. 골목에는 현대식 건물과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뒤섞여 있다. 동시대에 즐길 수 있는 경관이 아닌 것 같아 생경하기도 하지만, 금세 눈에 익어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순천에서 옛것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미래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

순천=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