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EU·미국 직불제…농가소득 안정·기후변화 대응 영역 확대

입력 : 2022-02-11 00:00 수정 : 2022-02-11 09:46

[공익직불제 확대 지금부터 준비하자] ① EU·미국은 지금 기후환경성 강화로

 

공익직불제가 올해로 도입 3년차를 맞는다. 2020년 첫선을 보인 공익직불제는 지난해말 기준 농민 만족도가 83%에 달하는 등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농지 면적에 따라 직불금을 지급하는 기본형 공익직불제 위주로 추진되다보니 농업 공익가치를 제고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협경제연구소가 1월초 각각 ‘2022년 10대 농정이슈’와 ‘2022년 농업·농촌 10대 이슈’를 통해 ‘선택직불제 확대’와 ‘공익직불제 개선’을 5위와 9위 과제로 올린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더해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 4명 또한 관련 예산 확충과 다양한 선택형 직불프로그램 개발 등 공익직불제 확대를 앞다퉈 농정공약으로 내놔 눈길을 끈다. 공익직불제 확대를 위해 점검·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는지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스위스 한 농가가 목초지에서 겨울철에 쓸 조사료를 수확하고 있다.

유럽연합

새 공동농업정책 내년 시행

녹색화 직불 지급요건 변화  회원국, 예산 중 최소 25%

생태제도에 할애해야 수령

미국

환경보전 프로그램 ‘다양’

농지 환경개선 수립 농가에 기술·재정 지원제도 대표적

농업환경 예산 증액도 관심

 

직불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유럽연합(EU)과 미국·스위스·일본이 대표적이다. 특히 EU와 미국은 직불제 관련 프로그램을 한국보다 앞서 운영해왔고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두 나라의 최근 직불제 개편 움직임은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택직불제 개편에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유럽=EU 농업·농촌 정책의 핵심은 1962년 도입한 공동농업정책(CAP)이다. EU는 CAP를 5∼7년마다 개편하며 여건 변화에 대응해왔다. 정책을 처음 선보일 당시엔 소비자에게 적정 가격에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여파로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환경 등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 대응까지 영역을 넓혔다. 직불제를 처음 도입한 건 1992년 개편 때다. 시장가격 지지를 소득 지지 방식으로 전환했다. 가격보조를 줄이는 대신 직불금을 지급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한 것이다. 2003년엔 당해 연도 생산량과 무관하게 직불금을 책정하는 이른바 ‘생산비연계(Decoupled)’ 방식을 도입했고 ‘준수사항(Cross Compliance)’을 의무화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2018년 개편이다. 2018년 6월1일 EU 집행위원회는 2021∼2027년 시행할 CAP안을 발표했고, 6월25일 EU 이사회와 의회 사이 합의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CAP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1월1일 시행된다.

새로운 CAP 뼈대는 기후환경성 강화, 공정·형평성 강화, 성과 중심 체계로의 전환 세가지다. 우선 기존 ‘녹색화 직불금’의 환경보전활동은 기본 준수사항에 추가하고, 의무 준수사항 이상으로 활동을 실천할 때만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생태제도(Eco Scheme)’라고 하는데 EU 각 회원국은 직불금 예산 가운데 최소 25%를 생태제도에 할애해야 한다. 생태제도를 적용하는 영역은 유기농업·혼림농업·탄수흡수농법 같은 환경·기후 친화적 농법을 사용하고, 동물복지를 향상하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선택직불 예산은 825억원으로 전체 공익직불 예산(2조4000억원)의 3.4% 수준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새로운 CAP는 기본직불금을 받고자 하는 농민이 지킬 준수사항을 3개 추가해 10개로 했고, 모든 농가는 경작지 가운데 3%를 생물다양성과 농업생산 이외 용도에 활용하도록 했다.

개별 국가 주도 직불제 설계도 눈길을 끈다. 기존엔 EU가 제시한 목록을 보고 회원국이 정책적 수단을 선택하게 했다면 내년부터는 회원국이 먼저 정책 목표를 설정한 뒤 EU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행 점검도 회원국과 EU가 함께하도록 했다. 개별 회원국 여건을 고려하고 해당 국가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재분배 직불’과 청년농 직불을 강화한 점도 특징이다. 재분배 직불은 2013년 CAP 개편 때 도입한 것으로, 소농을 우대하는 직불금이다. 재분배 직불 도입 여부는 회원국 선택사항이었다. 하지만 새 CAP에선 이를 의무화했고, 재분배 직불제 예산을 전체 직불제 예산의 10% 이상이 되도록 했다. 또한 EU 농업인구 가운데 40세 미만 비중이 11%라는 점을 고려해 회원국은 직불제 예산 가운데 청년농 지원 예산 비중을 현재 ‘최소 2%’에서 ‘최소 3%’로 높여야 한다.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환경을 보전하면서 농업 발전과 지역개발 '두마리 토끼'를 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페이밸리 전경.

◆미국=미국 역시 농업 경영·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초 농산물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소득 지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중에서도 직불제는 농업 경영·소득 안정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직불제 의무준수 사항은 전세계적으로 197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농가 경영안정 못지않게 농촌환경 보전에도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다양한 형태를 갖춘 공익형 환경보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엔 미국 또한 EU와 마찬가지로 생산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휴경 장려를 위주로 하는 환경보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엔 환경보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농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농가가 해당 토지에 대한 환경개선 사업을 수립해 신청하면 정부가 농가와 협약을 맺어 친환경 농업·축산업·임업 활동에 필요한 기술·재정을 지원해주는 ‘환경개선지원제도(EQIP)’가 대표적이다. 토양 침식도가 높고 환경적으로 민감한 농지를 10∼15년 휴경하면 정부로부터 농지 임대료 수준의 지원금을 받는 ‘중장기 휴경제도(보전유보제도·CRP)’도 있다.

특히 최근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미국 농업부문도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설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농업환경 보전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월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톰 빌색 농무부 장관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선제적 대응이 새로운 농가소득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농업환경분야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입법적 뒷받침을 지속적으로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미국 농업정책은 보통 5년 주기로 개편되는 ‘농업법(Farm Bill)’을 통해 사업 예산이 설정된다. 현재의 농업법은 2018년 통과된 것으로 2023년 9월30일까지 시행된다. 따라서 2023년 10월 이후 시행될 새로운 농업법에 농업환경 보전 예산 확대 포함 여부를 놓고 올해 상하 양원 농업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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