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핫플] 대구 ‘무영당’ 지역 예술활동 중심지…시민 열린공간으로 ‘부활’

입력 : 2022-01-28 00:00 수정 : 2022-02-04 16:40

[우리 동네 핫플] ① 대구 북성로 복합문화공간 ‘무영당’

서점으로 출발해 백화점으로 확장 이상화 등 작품활동했던 문화 공간

해방이후 폐허로 방치돼 철거 위기

시 등 나서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주변 9개 단체 건물 내 전시 마련

‘83타워’ 등 상징적 공간 상품화해  잊지 말아야 할 지역 역사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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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 세월을 견뎌내며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무영당’. 대구=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무영당’은 1930년대 우리 민족 자본으로 대구 중구에 세워진 백화점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 사람이 세운 백화점이라는 이유로 우리 민족이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80여년 세월이 지난 이곳은 철거 위기에 놓였고, 깨져나간 외벽과 녹슨 흔적은 여느 오래된 건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무영당이 지난해 12월 새 옷을 입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30년대 지식인의 보고

처음엔 서점으로 출발했다. 1920년대초 개성 상인 이근무씨는 중구 북성로에서 지식인들을 위한 문구·서적을 판매하며 터를 잡았다. 장사가 잘되자 1937년 근대식 건물을 세운 후 속옷·운동복·도자기 등을 팔며 백화점으로 규모를 키웠다. 백화점으로 ‘승격’한 이후에도 지역 문화공간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박혜진 대구도시공사 도시재생기획팀 대리는 “백화점으로 확장한 후에도 청년들이 구하기 힘들어하는 책을 말만 하면 찾아다 줬다”며 “청년 문화생활 갈증을 해소해준 의미 있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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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0∼31일 대구 중구 복합문화공간 ‘무영당’에서 ‘더폴락’ 등 9개 단체가 전시·워크숍을 진행했다.

지역 예술가들은 무영당을 지역 예술활동 중심지로 여겼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대구지역 3·1운동을 주도하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해진 시인 이상화가 작품을 발표한 장소기도 했다. ‘조선의 고갱’이라고 불렸던 화백 이인성도 이곳에서 전시를 했다. 이밖에도 많은 지역 예술가가 이곳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했고 대구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이들 활동은 해방 직후 폐점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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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대화의 장’.

2020년대 복합문화공간

무영당을 되살린 건 대구시·대구도시공사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이다. 무영당은 과거 명성이 무색하게 폐허로 방치돼 철거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시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무영당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건물을 매입했다. 이곳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건 대구도시공사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주민참여 소규모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통해 이곳을 부활시켰다.

첫 결과물은 지난해 12월30∼31일 진행된 전시·워크숍인 ‘떠오른당 무영당’이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9개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풍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물 외벽은 무영당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메시지를 영상·조명으로 표현한 예술)로 밝혔다. 1층 한가운데에서 지역 음악가로 활동하는 디제이(DJ)들이 신나는 공연을 선보였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음악을 즐기며 폐의류를 활용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성소수자·장애인 인권과 동물권 등 사회 이슈를 수놓은 티셔츠를 구경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승민 매니저는 “각자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 해야 되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며 “무영당을 찾은 시민들이 매일 지나치던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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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북성로에서 10년째 지역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독립서점 ‘더폴락’.

지역 예술가들 오아시스

무영당을 빛나게 한 건 인접한 9개 단체·가게다.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2∼3㎞ 반경 안에서 각자 활동 중이다. 걸어서 5∼10분 거리에 있는 독립서점 ‘더폴락’은 북성로에서 10년째 손님을 맞고 있다. 골목 풍경을 사진첩 형태로 갈무리해 출간하기도 하고, 지역 어르신들 패션을 담은 잡지를 발간하기도 한다. 지난해 ‘떠오른당 무영당’에선 새빨간 캐비닛 72칸에 절판된 도서를 한권씩 넣어 전시했다. 1930년대 구하기 힘든 책을 찾아다 주던 무영당을 닮았다.

더폴락 맞은편에는 카페 ‘대화의 장’이 있다. 이 카페는 ‘레인메이커’라는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1920년대 ‘대화장’이란 여관을 리모델링하고 이름을 따서 만든 공간이다. 매주 토요일 카페에 오면 ‘당신에게 미래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무도 없는 빈 곳에 남겨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다. ‘떠오른당 무영당’에서도 사회문제 관련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를 전시해서 화제를 모았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창작공간’은 무영당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굿즈(기념 상품)를 기획·판매하는 곳이다. ‘떠오른당 무영당’에서 대구지역 역사적인 명소를 ‘오르골’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오르골에선 뮤지컬 <캣츠> 속 노래 ‘메모리’ 선율이 흘러나온다. 무영당 건물 그림과 함께 한껏 차려입은 시민을 표현한 일러스트가 음악에 맞춰 빙빙 돌아간다. 이곳에서 만든 오르골은 ▲강정고령보 ▲83타워 ▲팔공산 ▲경상감영공원 ▲약령시 등으로 모두 5곳 지역 명소다. 83타워 오르골엔 우뚝 솟은 83타워와 관람차·회전목마가 오밀조밀 올라가 있다. 심가영 창작공간 팀장은 “우리 동네에서 잊어선 안될 중요한 역사가 담긴 곳인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잘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상징적인 공간들을 굿즈로 작품화하고, 시민들이 이를 직접 만들어보게 하면서 아련한 추억이 아닌 손에 잡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프로젝트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해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더폴락 외 9개 단체는 ‘떠오른당 무영당’을 보완해 올 3∼4월에 전시회를 연다. 시민들 반응이 좋다면 무영당에서 상시관람공간도 꾸려나갈 예정이다. 무영당이 과거에는 민족을 모으는 구심점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예술 발전과 시민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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