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삼대’가 살아나야 한다

입력 : 2022-01-28 00:00


지난 세기 초반에 태어난 아버지들은 김치 같은 찬거리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 ‘사나이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었다. 뭔가 들고 다니는 것은 어머니나 할머니, 누이 몫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반찬만 들고 오신 게 아니다. 아들 옷을 입고 나타나셨다. ‘신식 노인’이다.

부자지간에 다리를 놓은 것은 아내다. 남편 양복을 시아버지께 드린 며느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뜰한 살림꾼일 테다. 자기 옷을 입고 온 아버지를 대하는 아들의 표정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두번째 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아들이 아버지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삼대(三代)가 음식과 옷을 매개로 살가운 구도를 그려낸다. 아들의 양복을 입는 아버지,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 셔츠를 걸치는 아들. 삼대 사이를 연결하는 아내, 며느리, 엄마. 요즘 이런 삼대가 과연 몇이나 될까.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60+기후행동’이 출범했다. 노년들이 모여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1월19일은 119, 즉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는 소방대원을 환기시킨다. 탑골공원을 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탑골공원이 더이상 ‘뒷방 노인들의 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년에게도 미래가 있으며, 노년부터 달라져야 손주들의 미래도 달라진다는 각오를 공표한 것이다.

‘60+기후행동’이 구체적 성과를 내려면 윤제림의 시에서처럼 ‘삼대’가 되살아나야 한다. 아내, 며느리, 엄마를 비롯한 여성들에게도 큰 역할이 있을 것이다. 나는 삼대가 서로 원만해져야 지구 평균 기온을 끌어내리고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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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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