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언젠가 나중에는 그저 꿈이 아니기를

입력 : 2021-07-02 00:00 수정 : 2021-07-02 02:07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데, 그때가 언제인지를 안다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는데…. 나는 다음날 아침, 시집을 펴 들고 앉아 어젯밤에 무슨 일을 목격했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길에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사랑했었다고, 일년 넘게 마음이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어깨에서 뚝 떨어져 손목에 아무렇게나 겨우 매달린 가방끈을 잡아 다시 그의 어깨에 올려주었다. 한 사람의 너울대는 감정이 한 사람에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인지…. 밤의 모든 기운들이 그 두 사람에게 박수를 쳐줄 것 같았지만 괜스레 나까지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어떤 무슨 일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무엇도 생각하지 말라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두 사람이 서 있던 방향을 향해 기도했다.

그리고 아침에, 김용택 시인의 새 시집에서 이 시를 읽었다. 좋은 시 앞에서는 힘이 나는 법인데 ‘생각해보라, 살아오면서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던가’라는 문장 앞에서는 목이 멘다. 때를 피할 수 없어서 ‘다 그렇게 되었다’라는 문장 앞에서는 무릎이 다 시리다.

‘지금 온 사랑’을 어떻게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진리는 나중 일’이라는데 어찌 미룰 일이며, 감정을 누를 이유는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 온 사랑 앞에서 기운을 내는 이들에게 축복을. 그리고 지금 온 사람을 헷갈리지 않는 운명이라고 여기는 이에게 무한한 지지를. 그리고 ‘지금’이, 언젠가 나중에는 그저 꿈만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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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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