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손 잡아주지 못해서

입력 : 2021-06-18 00:00

 



손을 보는데 마음이 미어지는 사람, 있다. 다른 것도 아닌데 손만으로 그 사람의 많은 걸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 어쩌면 손에 보이는 것은 얼굴 표정일 수도 있으며 사연일 수도 있으며 마음일 수도 있는 것. 손은 당신하고 조화롭게 잘 지내고 있을 터인데 숨이 턱 하고 막혀오는 것은 당신에 대한 그만큼의 애정 때문이런가. 그때 덥석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충동만으로 찌르르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은 것은 주책일런가.

시인은 자신의 갈라진 손을 돌보다가 손이 했던 일들을 들춰내는데 참 절묘한 것은, 그의 손 역사와 내 손의 역사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손인데 뭐 어때서 그리 잡질 못했나. 손만 잡으면 좀 괜찮아질 텐데 우린 뭐 하느라 손을 내려놓고만 있었나.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 아주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는 늦은 밤 같이 택시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길에 불쑥 내 손을 잡던 선배의 손. 선배는 어쩌지 못하겠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손이라도 잡고 싶은 것이겠으나 내게 쌓였던 얼룩들이 다 낫는 기분이 들기도 했던 그 어느 밤. 손에 관한 시를 읽은 것뿐인데 마음이 왜 이리도 까무룩 아픈지 모르겠다.

공원에서 음식 먹다가 내가 흘린 음식을 손으로 집어 물가에 던지던 일, 당신 손가락 끝에 풀 냄새를 묻혀 내 코에 대던 일, 당신이 둥그렇게 손을 말아 탁자 위에 올려놓은 것뿐인데 그게 벅차 보였던 일.

언젠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말해주겠노라. 참 많이도 사랑했었다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때가 지금이 아닌 것은 나 당신을 오래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도, 나중에 명백히 말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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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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