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향긋한 유자향 ‘솔솔’ 남해바다 보며 ‘술술’

입력 : 2021-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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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성 ‘시골할매’ 대표가 어머니인 고(故) 조막심씨의 뒤를 이어 빚고 있는 ‘유자생막걸리’ ‘남해생탁’ ‘울금주’. 해물파전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남해=김병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⑬ 경남 남해 시골할매

일제강점기 다랭이마을로 시집온 ‘할매’ 유자잎 넣어 빚은 막걸리 호평에 식당 열어

2013년 세상 떠난 후 아들이 물려받아 인근 마을에 양조장 만들고 사업 현대화

‘유자생막걸리’ 남녀노소에 인기 만점

 

척박한 산비탈을 108층으로 깎아 680개의 작은 논밭을 일군 경남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가파른 경사를 매일같이 오르며 힘들게 농사짓는 농민들의 애환을 함께해온 집이 있다. 바로 김운성 농업회사법인 ‘시골할매’ 대표(62)가 운영하는 식당 ‘시골할매막걸리’다. 여기서 ‘시골할매’는 창업주이자 김 대표의 어머니인 고(故) 조막심씨다.

“어머니는 1945년 위안부 징집을 피해 다랭이마을로 시집왔어요. 그때부터 집에서 막걸리를 빚어 농사일하는 마을주민들과 등산객에게 나눠주다가 반응이 좋자 2002년 식당을 열고 팔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어머니 이름을 모르니까 시골할매라고 부르다가 가게 이름이 시골할매막걸리가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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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식당 ‘시골할매막걸리’ 입구에 걸린 조씨 사진 앞에서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3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다랭이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남면 무지개마을에 양조장을 열고 막걸리사업을 현대화했다. 막걸리 생산은 무지개마을의 양조장에서, 판매는 다랭이마을의 식당에서 하는 것이다. 양조장을 따로 둔 이유는 위생적인 시설에서 균일한 맛을 내는 막걸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는 어머니 손맛을 담은 6도 <유자생막걸리>, 김 대표가 개발한 6도 <울금주> <남해생탁> 세 종류다.

김 대표는 이 중 <유자생막걸리>에 유독 애정이 남다르다. <유자생막걸리>는 원래 <유자잎막걸리>였다. 어머니 조씨가 고두밥과 누룩을 섞을 때 유자잎을 갈아 넣어 막걸리를 빚은 것. 남해는 기후가 온난해 유자가 잘 자라는데, 유자잎으로 막걸리를 빚으면 술이 청량하면서도 은은한 유자향이 감돌게 된다. 하지만 유자잎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식품원료로 등록이 안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김 대표는 유자잎 대신 유자를 넣기 시작했다. <유자생막걸리>는 어머니가 빚던 <유자잎막걸리>와는 맛이 다르지만, 유자향이 진하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남해에선 인절미에 유자잎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식약처에서 인정을 안해주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유자잎막걸리> 생산을 중단했을 땐 아쉬움이 컸어요. 저보다도 단골손님들이 많이 서운해했죠. <유자잎막걸리>가 없으면 안 오겠다며 발길을 끊은 손님도 있었죠. 그래서 남해산 친환경 유자를 넣은 <유자생막걸리>를 빚었어요. 어머니의 손맛은 이어가면서도 남해산 유자가 가진 상큼하고 향긋한 향을 강조했어요.”

<유자생막걸리>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많다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울금주>에 마음을 빼앗긴다. <울금주>는 울금이 들어가 샛노란색을 띠는데 색보다 독특한 건 바로 맛이다. 울금을 넣었는데도 쓴맛 없이 고소하다. 울금을 삶아 숙성해 쓴맛을 뺀 뒤 막걸리에 넣기 때문이다. <울금주>에 들어가는 남해산 울금은 김 대표가 직접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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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할매’의 창업주인 고(故) 조막심씨가 생전에 막걸리를 빚는 모습.

이곳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시골할매막걸리 식당 야외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해물파전을 시켜 함께 즐기는 거다. 김 대표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든 시금치절임·고춧잎무침 등 갖가지 반찬도 나오는데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돈다. 막걸리 한모금, 파전 한입 먹고 주변을 돌아보면 바다까지 흘러내리는 계단식 다랑논과 드넓은 남해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경치가 안주다.

“앞으로도 남해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술을 빚어 시골할매막걸리를 전국적으로 알릴 거예요. 어머니의 술이 농민과 등산객의 몸과 마음을 위로했던 것처럼, 삶이 고달프고 지친 사람을 위한 맛 좋은 술을 계속 빚고 싶어요.”

<유자생막걸리> <울금주> <남해생탁>의 가격은 750㎖ 기준 각 2000원이다. 시골할매막걸리에 전화로 문의하면 10병·20병씩 주문할 수 있다.

남해=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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