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농부의 스타일] 나이에 맞는 옷 입어야 한다?…통념 벗어났으면

입력 : 202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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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쇼 2021’에서 농민들의 패션 스타일링을 맡은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사진 제공=더뉴그레이

[변신! 농부의 스타일] ⑥·끝 농민 패션 코디한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축사·참외밭 등서 농민과 작업, 힘들었지만 뜻깊어…시골밥 얻어 먹는 재미도

개성 살린 옷 입으면 농사일 자부심 생기지 않을까 … 농업에 대한 시선 바뀔 수도

 

“나이에 맞게 옷을 입지 마세요.”

농민 이미지를 바꿔주는 프로젝트 ‘파머쇼 2021’에서 패션 스타일링을 담당한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33)가 중장년 농민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나이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는 한마디다. 권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어떻게 입느냐(How to wear)’보다는 ‘어떤 옷을 입느냐(What to wear)’다. 중년 전문 패션 브랜드에서 벗어나 전 세대를 포괄하는 브랜드나 자녀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 옷을 사면 스타일을 살리기가 더 쉽다는 얘기다.

파머쇼 2021은 농축수산물 산지 직송 플랫폼 ‘식탁이있는삶’과 패션 컨설팅업체 더뉴그레이가 함께 벌인 프로젝트다. 올 2~3월 농어민 10명을 대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을 바꿔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어민을 비롯해 중장년층의 이미지를 개선해주는 ‘메이크오버(Makeover)’ 작업을 진행해온 권 대표로부터 이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농민 패션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메이크오버를 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본격적으로 메이크오버 작업을 하게 된 것은 미국 패션 디렉터이자 ‘옷 잘 입는 할아버지’로 유명한 닉 우스터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접하면서부터다. 한국 중장년 남성들도 닉 우스터처럼 멋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8년부터 평범한 ‘아버지들의 이미지’를 바꿔주는 메이크오버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메이크오버에 참여한 중장년 남성은 600명에 이른다. 뉴발란스·현대자동차·BMW·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 등 다양한 기업과도 협업했다.

-농민을 대상으로 한 메이크오버를 처음 진행했는데.

▶파머쇼는 그동안 해온 그 어떤 작업보다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메이크오버의 영역을 넓힐 수 있어 좋았다. 또 도시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작업들과 달리 축사나 참외밭·미나리밭에서 작업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농가마다 한상 가득 차려주는 시골밥을 얻어먹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농민에게 메이크오버가 필요한 이유는.

▶중장년층 중에서도 특히 농민들은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 농작업 특성상 차려입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농민들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옷을 입는다면 농사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농민의 이미지가 달라지면 농업·농촌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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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가 기획한 중년 남성 패션 인플루언서 모임 ‘아저씨즈’ 회원들이 모델이 돼 촬영한 화보. 사진제공=더뉴그레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스타일링 대상이 농민인 만큼 작업복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링을 했다. 많은 농민이 평상복 겸 작업복으로 등산용 아웃도어를 애용하는데, 여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소재나 디자인에 있어 농작업에 유용하면서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는 옷을 골랐다. 작업복도 충분히 멋스러울 수 있다는 인식을 농민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메이크오버에 참여한 농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농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처음엔 뭘 이런 걸 하느냐며 귀찮아하다가 막상 옷을 입혀주고 사진을 찍어주니 너무 좋아했다. 촬영이 진행되면 알아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자신의 바뀐 모습을 보면서 패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도 반응이 비슷했는데,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바꿔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여러분도 한번쯤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농민들의 패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여성이라면 화려한 색깔이나 무늬, 반짝이는 장식 등을 피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화사하게 보이고 싶어하는데, 그런 무늬나 장식은 오히려 더 위축되게 하고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 대신 파스텔톤에 무늬 없는 옷을 고르는 걸 추천한다.

남성의 경우 평상복과 작업복을 구분해 입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등산복과 골프복은 운동할 때만 입으면 좋겠다. 대신 면바지 1∼2개 , 청바지 1개, 옥스퍼드셔츠 2∼3개, 재킷 2∼3개 등 기본적인 옷을 구비해두면 상황에 따라 웬만큼 맞춰 입을 수 있다. 조금 험한 일을 한다면 두꺼운 청바지나 부츠로 멋을 내보자.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최근에는 중년 남성 패션 인플루언서(유명인)로 구성한 ‘아저씨즈’를 기획·운영 중이다. 이들의 화보와 영상을 통해 메이크오버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중에게 중년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내 유명 통신사와 합작으로 시니어 패션 미디어도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옷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봉아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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