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고에 길을 묻다] “농업분야 취업 대신 일반대학 진학 택할 수밖에 없죠”

입력 : 202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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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고 3학년인 김범수군(가명)은 농업분야 취업 대신 대학교 진학으로 진로를 정했다.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 어느 농고생이 처한 현실 

농사로 밥벌이 어렵다 판단

고졸자 푸대접 풍조도 고려 고3 되면서 입시에만 몰두

“영농의지 확고한 학생 선발해 맞춤형 교육 땐 상황 바뀔 것”

 

“농업에 관심 있거나 영농기술을 배우려고 농업고등학교에 들어온 건 아니에요. 중학교 내신 성적이 나빠 일반고 진학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선택했어요.”

경남지역 농업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범수군(18·가명)은 원예를 전공하지만 수업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성적에 맞춰 온 대부분의 동급생도 전공분야에 흥미를 갖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김군은 “학교 공부에 무관심한 아이가 많다보니 1∼2학년 때는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처음엔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하려던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무반응에 지쳐 결국 포기한다”고 말했다.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업 분위기에 편승한 김군도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무덤덤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공부가 체질에 맞지 않았던 김군은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대학교 진학은 꿈도 안 꿨다. 일찌감치 취업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3학년이 되자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공인 원예와 관련해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농업의 미래가 그다지 밝아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전공과 상관없는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와 고졸자를 푸대접하는 사회 분위기에 당당히 맞설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지도 않아서 ‘취업’과 ‘입시’라는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했다.

김군의 부모는 취업보다 대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번듯한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데 고졸자를 누가 받아주겠느냐는 것이다.

김군은 “선배들도 취업보다는 대학교 진학을 선택해 대학 진학률이 취업률을 훨씬 웃돌고 있고, 선생님들도 진학 쪽으로 진로를 유도한다”면서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교와 전문대학의 미충원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학교 문턱이 조금 낮아진 것 같아 결국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대학 수시전형을 준비하는 김군은 내신점수를 올리려고 수업과 수행평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 전공은 농고에서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를 선택할 계획이다. 김군의 부모도 가능한 한 농업분야를 택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농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고, 농사로는 제대로 밥벌이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는 판단에서란다. 김군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농업분야로 진학할 의사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성적이 안되는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농업 쪽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군은 “농고를 졸업해도 농업에 뛰어드는 졸업생이 많지 않은 이유는 농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적성을 고려하거나 농업에 뜻을 갖고 지원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만약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춰 학생들을 뽑아 맞춤형 교육을 시킨다면 농고에서 일반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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