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⑧ 파랑과 초록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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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청색, 구분해서 색깔 표현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색깔을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 것 같다. 빛깔보다는 소리에 더 민감해 소리 어휘, 의성어 등이 굉장히 발달했다.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지만 아마도 오방색(五方色)이라는 유교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의심된다. 이러한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 따른 오방색이 동아시아 민족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보니 고전에는 청(靑)·적(赤)·황(黃)·백(白)·흑(黑)으로 대부분 표현됐다. 그러면서 풀이나 나뭇잎 색깔을 가리키는 초록이 빠지고, 사람들은 하늘이든 바다든 풀이든 나무든 다 청(靑)으로 적게 됐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등으로 뒤섞어 쓴다. 파란색과 녹색만큼 자주 헷갈리는 어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색깔 표현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빛의 3원색은 빨강·파랑·녹색인데 여기서 녹색이 빠져버린 게 음양오행에 따른 오방색이다. 우리 눈은 400㎚(나노미터·10억분의 1m)파장이 원추세포를 자극해 이에 해당하는 빨강(564㎚ 부근)·파랑(420㎚ 부근)·녹색(534㎚ 부근)에 아주 잘 반응한다. 나머지는 3가지 원색의 흡수량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로 나타난다.

우리말을 더 풍성하게 쓰려면 빛의 삼원색, 색의 삼원색을 살려야 한다. 또 빛이나 색이 혼합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색을 ‘물빛처럼 연푸른’같이 사물이나 꽃 등으로 비유해서라도 나타내야 한다. 그러면 감성이 더 풍부해지고 말과 글이 산뜻하거나 더 따뜻해진다.

이재운 (우리말 연구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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