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사랑은 우주다

입력 : 2021-06-04 00:00



사랑 때문에 사랑이 망하는 수도 있다. 사실 사랑을 살리는 것은 사랑의 위대한 힘 때문이지만, 사랑이 죽는 것은 사랑의 균형 때문일 때가 많다. 사랑은 얄궂게도 상대를 가져야 한다는 속성이 있다.

있는 그대로 한사람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굳이 사랑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던 날들은 우리에게 상실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닌 것. 사랑의 힘은 무엇도 될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도 가능하게 했다. 창문 유리에 내려앉은 빗물, 초록을 뒤집어쓰기 시작한 앙상한 나뭇가지, 삶의 에너지로 내려앉은 햇살…. 이 평범한 것들도 사랑으로 인해 짙은 감흥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환각도 가능하게 한다.

시인은 사랑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안된다고 경고하지만, 그 경고에는 양가의 측면이 있다. 사랑이 많은 것이나, 그래서 사랑이 넘치는 것은 명백히 꾸짖을 일이지만, 사랑이 없는 당신 또한 만나지 않겠다는 하나의 선언이기도 하다.

사랑은 사람을 애쓰게 한다. 마음의 결은 뒤틀리고 마음의 피부는 자꾸 마른다. 자주 깜박거리는 불빛으로는 대상을 비춰 헤아릴 수도 없다. 그게 사랑이겠지만, 사랑으로 두발이 꺾인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의 길이 막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신은 인간의 사랑만큼은 그냥 내버려둔다. 유일하게 인간이 하는 인간다운 행위이므로. 사랑은 우주다.

그 우주는 한사람의 전부가 되어 자신을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 우주를 통해 비로소 성장할 수 있고, 타인을 가슴에 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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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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