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의 말글 바루기] ⑦ 변죽

입력 : 2021-06-02 00:00

에둘러 말하는 기술

 

‘변죽’이란 그릇이나 물건의 가장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변죽을 울린다’는 말은 가장자리를 쳐서 복판을 울리게 하거나 그러리라는 예고를 한다는 뜻이다. 입말로 가장 많이 쓰는 변죽은 장구와 과녁이다. 장구의 경우 쇠가죽 중앙을 복판, 끝부분을 변죽이라고 한다. 변죽을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 대신 툭툭거리는 탁음이 난다. 보통 변죽을 먼저 쳐서 연주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데, 그래서 ‘변죽 울리다’는 본론을 말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는 뜻이다.

과녁의 경우 점수판 가장자리를 변죽이라고 한다. 화살이 변죽에 맞아 튕겨져 나가면 ‘변죽을 치다’라고 해 할 말을 곧장 하지 않고 상대가 헤아릴 수 있도록 넌지시 말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말에는 비유·속담·숙어 등이 많은 편인데, 에둘러 말함으로써 상대를 민망하지 않게 하면서도 본뜻을 생각할 여유를 주고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는 배려에서 나온 언어풍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살벌한 정치판에서 아름다운 우리말 숙어와 비유·시어(詩語) 등을 많이 써 충돌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무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화살을 쏘듯 노골적으로 쏘아붙이는 것보다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옛말을 찾아 넌지시 던지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기껏 쓰는 난해하고 사용례가 드문 사자성어는 아무리 써도 지식 자랑에 지나지 않고 소통도 잘 되지 않는다.

이재운 (우리말 연구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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