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 분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김진국 당시 농협 구조개혁추진단장

입력 : 202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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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조합장 목소리 내줘 농협법 개정안에 우리 의견 더 반영”

 

“한국농협이 한번도 안 가본 길이었지만, 동시에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었습니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강도 높은 농협 개혁을 예고했다. 특히 노무현정부에서 2017년으로 미뤄진 ‘신·경 분리’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개방이 빠르게 진전되고 국내 농업기반이 악화하면서 농협 경제사업에 대한 혁신 요구가 높아졌다. 신용부문 역시 금융산업이 세계화·대형화하는 추세에 대응해야 했다.

농림부는 2009년까지 사업구조 개편을 포함한 농협 개혁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계·농업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대응해 농협도 자체적으로 ‘구조개혁추진단’을 꾸렸는데, 이때 단장이 김진국 현 법무법인 클라스 고문이었다.

김 고문 앞에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숙제가 놓여 있었다. 그는 ‘무수한 조율과 협상’이라는 말로 당시를 회상한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려는 농협개혁위와 부딪히는 일도 있었다. 김 고문은 “상호금융을 독립법인화하자는 농협개혁위 의견에 대한 중앙회 입장을 개진하다 회의에서 쫓겨난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농협 차원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만들어 조합장들에게 순회 설명회를 갔을 땐 ‘얼굴 앞에서 자료를 찢어버리는 조합장’도 있었다. 기존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었다.

종합농협 체제를 바꾸는 데 대한 중앙회 노동조합의 반발도 거셌다. 정부에 제출할 개편안을 의결하고자 대의원회를 연 2009년 10월27일에는 노조와 경찰의 대치로 대의원들이 ‘비밀통로’로 회의장에 들어가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국회 공청회 75회, 정부부처 설득 150회, 농협 노동조합원 설명 26회, 조합장 순회 설명회 30회….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농협 개편안은 2011년 3월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김 고문은 “노조와 조합장들이 목소리를 적극 내준 덕분에 정부와 국회가 우리 의견을 조금이라도 더 듣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업구조 개편 10년째를 맞는 지금, 이젠 미래를 볼 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고문은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위한다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잊지 말고, 새로운 체제의 성과와 숙제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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