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2010년대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 출발…경제·금융 ‘쌍끌이’ 성장

입력 : 2021-05-24 00:00

[농협중앙회·농민신문 공동기획] 농협 60년을 넘어 100년으로

[1부] 연대기로 읽는 60년 ⑥ 2010년대 - ‘프로농협’으로 환골탈태

중앙회·경제지주·금융지주로 신·경 분리 및 사업구조 개편

하나로유통·농협양곡 등 설립

독자적 자본금으로 수익 창출 금융사업도 경쟁력 강화 ‘성과’

 

농협은 이명박정부 들어 또 한번 크게 출렁인다.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 사업 분리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종합농협 체제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종합농협 체제 해체는 직전 정부의 ‘신중 모드’를 뒤집고 매우 빠르고 급진적으로 이뤄졌다. 사업 분리 분수령이 된 2011년 농협법 개정 이후 농협은 명실상부한 ‘프로’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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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2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새 농협 출범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왼쪽)이 입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은 서규용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국 경제계 오랜 쟁점 농협중앙회 사업 분리=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겸영할 것인가의 여부는 사실 자유당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농협법 제정을 통해 새로운 농협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농림부를 필두로 한 농업계는 신·경 겸영의 협동조합을 주장했다. 반면 재무부를 대표로 한 재경계는 두사업의 분리를 요구했다. 논쟁 끝에 재무부 입김이 먹히면서 신·경 사업은 분리됐고, 농협은 농업협동조합(옛 농협)과 특수법인 농협은행으로 각각 발족한다. 하지만 3년 만인 1961년 군사정부에 의해 통합돼 종합농협으로 재탄생한다.

수면 밑에 잠자던 농협 사업 분리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 건 문민정부 들어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기 1년 전인 1994년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로 위기감이 증폭되자 김영삼 대통령은 농어촌발전위원회(농발위)를 설치했다. 농발위는 농협이 경제사업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신·경 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협 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신·경 분리는 장기적인 과제였다.

국민의정부를 거쳐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농협은 3월 신·경 분리를 포함한 20건의 개혁과제를 담은 ‘농협 개혁방안’을 발표한다. 정부의 자율적 개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농림부는 2006년 1월 ‘농협중앙회 신용·경제 분리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회는 이듬해 1월 ‘농협중앙회 신용 및 경제 사업 분리방안’을 정부에 건의했고, 농림부는 지역별 순회 토론회와 재정경제부의 협의를 거쳐 2007년 3월29일 ‘경제사업 활성화와 신용사업 건전화를 위한 농협중앙회 사업 분리방안’을 발표한다. 농협중앙회를 중앙회·신용사업법인·경제사업법인 등 3개로 분리하되, 적용 시점을 10년 뒤인 2017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종지부 찍은 ‘2011년 농협법 개정’ 막전막후=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농협 신·경 분리 문제는 극적으로 반전한다. 종전의 정부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해 12월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질타가 있은 후 기존 농협법 개정작업은 전면 유보된다. 농림부 내 ‘농협개혁위원회’가 2008년 12월9일 발족하고 사업구조 개편 문제를 포함한 농협 개혁 방안을 이듬해 3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농협 또한 2008년 11월∼2009년 2월 맥킨지컨설팅·삼일회계법인·김&장법률사무소·농협경제연구소에 공동 연구용역을 맡긴다. 이때 농협은 기획실 내부조직으로 ‘구조개혁추진단’을 설치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2009년 1월 최원병 당시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개혁방안을 발표한다. 중앙회장 단임제와 사업 분리 조기 추진 같은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신·경 분리 논의는 급물살을 탄다. 정부 농협개혁위원회는 2009년 3월 ‘2연합회(경제·상호금융)-2지주회사’ 모델을 최종안으로 정해 정부에 제출한다. 하지만 정부는 건의안을 수정, ‘1연합회-2지주회사’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2009년 10월28일 입법예고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농협법 개정안은 2011년 3월4일 상임위 의결을 거쳐 3월1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논의가 1994년 이후 17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순간이다.
 

◆‘프로농협’ 시대 활짝=당시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는 한국농협으로선 처음 걷는 길이었다. 특히 금융지주와 관련해선 다른 금융기관의 선례가 있는 등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지만 경제지주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지주회사제도를 소유구조를 투명화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농협에 도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논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농협중앙회가 사업 전문화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발판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농협중앙회는 개정 농협법에 따라 2012년 3월2일 중앙회·농협경제지주·NH농협금융지주로 사업분할을 단행하고 새 농협 출범을 선언한다.

이후에는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의 시간들’이었다. 농협경제지주는 2014년 농우바이오를 인수해 ‘K-종자산업’의 부흥을 주도할 토대를 마련했고, 2015년엔 농협하나로유통을 세워 판매유통사업을 이관했다. 쌀 판매 전담 자회사인 농협양곡도 같은 해 설립했다. 1961년 종합농협이 출범한 이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이 처음으로 독자적인 자본금을 갖게 됐고, 이를 토대로 자체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사업방식으로 전환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금융사업도 경쟁력이 한층 개선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2018년 NH농협리츠운용, 2019년 NH벤처투자를 잇따라 설립했다. 정부 주도의 사업 분리라는 한계 속에서도 경쟁력을 높여가며 금융사업은 시중은행 지주회사들과, 경제사업은 일반 업체들과 피나는 경쟁을 통해 성과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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