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누군가에게 아침이 되자

입력 : 2021-05-21 00:00




꽃을 보게 되는 나이가 따로 있다고 한다. 그전에는 안 보이던 꽃들이 나이 들면서 좋아하게도 되고,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최근 인상 깊게 들은 가요가 있는데 제목이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이다. 엄마의 사진엔 항상 꽃밭이 있고, 꽃밭 한가운데 찍은 엄마 사진도 있다는 이야기가 노래에 나온다. 꽃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그 대면의 순간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아내려는 행위는 엄마의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포함하고 있다.

지금 세상에는 꽃들이 차려져 있다. 그 꽃들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몸을 숙여 자신의 시간을 쓰는 것은 자신에게 차려주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꽃을 바라본다는 행위는 분산되는 마음을 모아주게 하고, 인생의 어느 한순간이 꽃이 절정인 이때와 닮아 있음을 몸으로 철학하는 과정이다.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는 어느 초라한 날에는 꽃들의 흔들림으로 보상받기도 한다.

문성해 시인의 이 시에 등장하는 ‘꽃’이라는 단어를 ‘사람’으로 바꿔서 읽으면 그 의미가 입체적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지지리 못나게 살고 있고 모질게 피어야 하는 삶을 살지만, 그 어느 순간에 마음에 점을 찍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이 삶을 고통스러워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꽃에서는 외로움의 냄새도, 복잡한 냉기도 느낄 수가 없다.

이제 힘이 있다면 꽃으로 피어나자. 나도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 있다. 꽃이 되어 안간힘으로 한사람을 살리자. 누군가에게 아침이 되어, 그 한사람 인생의 균형에 깊이 관여하는 사랑 깊은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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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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