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60년을 넘어 100년으로] 한 사건에 백서 3권…의미는?

입력 : 2021-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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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농협·축협 협동조합 통합 놓고 첨예 “비슷한 위기 땐 참고할 만”

 

농협 60년 역사에 하나의 사건을 두고 무려 3권의 각기 다른 백서가 발간된 일이 있었다. 한국농업사 전체에 비춰봐도 이는 ‘유일무이’한 일로 꼽힌다. 1998∼2000년에 진행된 농협·축협·인삼협 중앙회 통합을 놓고 농협중앙회·축협중앙회·농림부가 각각 펴낸 ‘삼(三) 백서(白書)’ 이야기다.

3권의 백서가 발간될 정도로 협동조합 통합을 둘러싼 각 주체의 입장은 첨예했고, 그 과정은 진통과 봉합의 연속이었다. 당시 농림부는 국민의정부 출범에 맞춰 협동조합을 문제 대상으로 꼽고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농협은 조직 효율화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따르고, 복합영농이 많은 한국농업 구조에 발맞추자는 취지에서 통합에 찬성한다. 축협은 농협에 흡수될 것을 우려하고, 축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다.

서로 다른 입장이 ‘삼 백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2000년 5월, 축협중앙회가 <협동조합 강제통합 백서>를 내놓는다. 발간사는 “협동조합 개혁이 그동안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었던 것은 관치의 버릇을 포기하지 못하는 권력 때문”이라는 강한 어조로 시작한다. 그리고 백서의 첫 장에는 ‘협동조합은 이런 것이다’라는 내용을 배치해 정부 주도의 협동조합 개혁에 반박한다.

이어 2000년 12월, 농림부가 <국민의정부 협동조합개혁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는 제목에서부터 정부가 개혁을 추진한 점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통합농협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자세에서 과감히 벗어나 조합원을 위한 봉사조직으로 거듭날 때만이 개혁은 완수…”라고 시작하는 백서에는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과 당위성이 줄곧 서술돼 있다. 본문은 협동조합 개혁 논의 배경, 개혁입법 확정과정, 합헌 결정과정 등으로 이어진다.

2001년 2월 농협중앙회가 마지막 백서를 발간한다. 제목은 <협동조합통합 백서>. 제목처럼 농협은 협동조합 개혁에 발맞춘 이유와 개혁 진행 경과, 통합의 기대 효과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발간사는 “3개로 분산된 농업 관련 협동조합을 하나로 통합하여…사업 부문별 전문성 강화와 부문간 유기적인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통해 일선 회원조합을 더욱 육성,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농업인의 실익을 최대한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밝혀뒀다.

단일 사건을 두고 백서가 3권이나 나온 이유는 명확하다. 앞으로 농협·농업계가 겪을 갈등을 슬기롭게 풀자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백서는 “만에 하나라도 미래에 지금과 유사한 협동조합의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책 무게만큼이나 ‘삼 백서’가 던지는 의미도 묵직하다.

김해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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