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종주국…‘김치 수입국’ 오명까지

입력 : 2021-04-30 00:00

[김치 종주국 기로에 서다] ③ 해외서 고전하는 국산 김치

수출량, 수입의 7분의 1 수준 현지화 부족으로 소비 정체

국산 원료 사용 땐 비용 상승 가격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

‘지리적표시제’ 추진도 난항



우리나라의 김치 무역수지는 만년 적자다. ‘김치 수입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수입량이 많고 수출량이 턱없이 미미해서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김치 수출에 반짝 호재가 생겼지만 현지 입맛 공략, 국산 농산물로 만든 김치 수출 확대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김치 무역수지 만년 적자 행진=지난 20여년간의 김치 무역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김치 수입량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수출량은 바닥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5년까지 3만t 이상 유지하던 수출량은 2006년부터 2만t대로 내려앉은 후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수입량이 꾸준히 늘면서 김치 무역적자는 연간 2000만∼4000만달러대를 오르내렸다.

그나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이 줄고, 수출이 최고점을 찍으면서 무역적자는 791만5000달러로 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김치 수출량(3만9748t)은 수입량(28만1186t)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시장은 국산 김치산업의 중요한 성장 무대지만, 수출 확대에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지인 소비가 정체된 점은 수출 성장 저해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김치 최대 수출국인 일본의 경우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산보다 덜 맵고 단맛이 나는 일본산 김치를 더 많이 찾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일본 소비자 조사’ 결과, 일본산 김치 취식 경험이 94.2%로 가장 많고 한국산 취식 경험은 48.7%에 그쳤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본·미국·유럽 등에 한국식 김치를 주로 수출하다보니 현지인보다 교포 등 한국인의 소비가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산 농산물 사용 김치 수출 경쟁력 미약=국산 김치의 수출은 국산 농산물 소비와 직결된다. 하지만 100%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쓰는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김종천 경남 창원 웅천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김치 수출이 줄면서 베트남 등에서 수출 문의가 왔지만 수출단가가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며 “국산 농산물로 김치를 만들면 외국산 원료를 쓰는 업체들과의 수출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농경연의 ‘2020년 김치 제조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치업체의 외국산 고춧가루의 사용 비중은 42.8%에 달했다. 1000t 이상 대규모 업체의 수입 고춧가루 사용 비중은 44.9%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 원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가공한 김치에 대해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김치의 국산 농산물 이용률을 높이고, 해외에서 외국산 김치가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식품 대기업 등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외국산 원료를 사용한 김치에도 지리적표시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제도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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