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도 김치를 ‘김치’로 표기해야

입력 : 2021-04-30 00:00

수출 제품에 중국식 이름 남발 

한자 표기·상용 명칭 규정 발목

“용어 정립 위한 외교적 대응을”

 

“김치를 김치라고 부르거나 제대로 표기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홍길동도 아니고….”

중국으로 김치를 수출하는 업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국산 김치가 ‘김치’라는 고유명사 대신 통일되지 않은 중국식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는 외래어를 한자로 변경해 표시하는데, 중국어에 ‘김’이라는 발음이 없다보니 김치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길 수 없어서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격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김치를 나타낼 중국어 번역어로 ‘신치(辛奇)’를 고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치’라고 정한 이유는 김치와 발음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약간 맵고 신선하다’는 의미가 김치의 특성을 잘 담아낸다고 판단해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중화권에 수출하는 김치 명칭을 통일하고자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3개국에 신치 상표권 출원도 마쳤다.

하지만 8년이 지났음에도 신치 명칭을 사용한 국산 김치 수출 사례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신치라는 명칭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결과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제조한 김치와 김치가공식품은 ‘파오차이(泡菜·절인 채소)’ ‘라바이차이(辣白菜·매운 배추)’ 등 중국 음식명이 붙은 채 팔려나간다. 포장재에 ‘김치’ 또는 ‘KIMCHI’라는 표기를 작은 글씨로 병기하기도 하지만, 김치라는 표현 자체가 실종된 제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 규격을 관장하는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조항도 김치의 한자 이름들이 난립되는 원인이다. GB 식품라벨 통칙엔 ‘규범화한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 ‘소비자가 오해 또는 혼동할 소지가 없도록 상용하는 명칭이나 통속적인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음식명을 한자로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르다보니 김치 제품에 김치(KIMCHI)를 단독 표기하지 못하고 각종 중국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라벨의 한자명 옆에 작은 글씨로 김치의 한글·영문 표기를 기재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김치라는 용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김치 명칭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정부 방침이 업계 인식과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의견 수렴을 거쳐 중국 내 김치 표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대응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kyuh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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