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치 수난시대] 중국산 김치 약진 속 국내 소비량 해마다 줄어들어

입력 : 202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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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김치는 김치 소비감소와 중국산 김치 공세 등에 고전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국산 상품김치 매대. 연합뉴스

[김치 종주국 기로에 서다] ②국산 김치 수난시대

연평균 1.3% 소비 감소 추세 외국산 판매액은 계속 증가

젊은층 식생활 서구화로 하루 평균 섭취량 급감해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 밀려 외식업계 판로 뚫기 어려워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 필요

 

바야흐로 국산 김치 수난시대다.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 파문으로 국산 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치를 찾는 이들은 갈수록 줄고,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는 중국산 김치의 기세에 국산 김치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사면초가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김치 소비량 줄어드는데…수입 김치는 약진=“김치 없인 못 살아∼나는 못 살아”라고 노래하던 시절은 오래전에 저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김치 소비량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2018년도 김치산업동향’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김치 소비량은 182만t으로, 2010년 이래 연평균 1.3%씩 감소하는 추세다. 가정과 외식·급식 업체에서 직접 담가 사용하는 자가제조 김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 전체 소비량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상품김치 소비량은 2010∼2018년 연평균 3%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달가워할 일만은 아니다. 국내 상품김치 시장 성장의 혜택을 외국산 김치가 고스란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산 상품김치(5.3%)는 국산(1.7%)보다 더 큰 연평균 성장세를 띠며 야금야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김치 소비량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9.6%에서 2018년 16%로 뛰었다.

국내 김치시장 규모 역시 2018년 기준 1조39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줄어든 반면, 외국산 김치 판매액(2509억원)은 4.5% 증가해 1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김치 소비 공식통계는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층 식탁에서 밀려난 김치=김치 소비감소는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부터 줄곧 감지됐던 현상이다. 특히 과거 세대에 비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는 젊은층에게 김치는 짜고 매운 뒷방 전통음식이 돼버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민영양통계를 살펴보면 1인당 하루 평균 김치 섭취량은 2008년 112.4g에서 2018년 89.2g으로 23.2% 줄었다. 그중에서도 20대 이하의 김치 섭취량이 빠르게 감소 중이다. 2008∼2018년 연평균 김치 섭취량 감소율은 1∼2세(6.51%), 19∼29세(4.46%), 3∼5세(3.77%), 6∼11세(3.44%)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미래 수요 계층인 어린이·청소년 등의 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식생활 교육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국민 식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김치 등 전통 식생활 체험을 한 청소년은 11.5%, 성인은 4.5%에 불과하다.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관심은 김치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어린이·청소년에게 김치가 안전하게 생산·유통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교육·홍보해 국산 김치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저가 김치 공세에 국산 판로 확보 고전=국내 음식점 10곳 가운데 8곳은 중국산 김치를 쓰는 상황이다. 중국산이 국산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가 공세로 외식업계를 점령하면서 국산 김치는 그만큼의 판로를 잃은 셈이다.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은 “국산 김치는 국산 원재료비와 인건비·설비투자비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유지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 조사 결과 외식업체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국산 김치가격은 중국산의 1.5배로, 현 상황에서 국산 김치가 외식업계를 뚫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치 제조업계는 국산 김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김치협회는 회원 김치 제조업체와 협의해 김치를 대량 구매하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국산 김치를 공급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그간 김치 제조업체가 가격문제로 외식업체와 거래를 트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만큼 외식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국내 김치시장의 9.1%를 점유하고 있는 농협 김치가공공장은 운영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지역농협이 12개 공장을 개별 운영하다보니 고원가, 상품·규격 구색 부족, 영업·마케팅 열위 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이 12개 김치가공공장의 통합 운영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욱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가공지원단장은 “통합으로 기존 개별 공장의 관리 비용을 줄임으로써 김치 생산단가를 낮추고, 마케팅 능력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교급식 진입장벽도 농협김치 판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경쟁입찰을 통한 김치 공공조달시장 참여는 중소기업으로 간주되는 업체만 가능하다. 하지만 농협 김치가공공장은 2017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2022년말까지만 중소기업 지위를 인정받았다.

중소기업 지위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관련법을 개정해 효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학교급식 조달 차질로 원료 공급 조합원의 소득 감소, 관련 고용 축소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협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61억원어치의 국산 김치를 학교급식에 조달했고, 지난해는 국산 김치 학교급식 조달로 64억2000만원의 농가소득을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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