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기로에 서다] 음식점 원산지표시 위반 단골손님은 ‘배추김치’

입력 : 202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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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장의 한 식자재업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김치. 이곳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김치 가격은 10㎏ 한상자에 1만1000원으로 국산 김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13∼2020년 적발수 최다

점검품목에 배추김치만 포함 깍두기 등 표시의무 없어 문제

김치 부재료 표시기준도 미흡

 

음식점에서 농산물 원산지를 속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김치다.

음식점 원산지표시 대상 품목 중 농축산물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양고기·염소고기·배추김치·쌀·콩 등 9개다. 이 가운데 배추김치의 원산지표시 위반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배추김치의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 건수는 615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1751건)의 35.1%를 차지했다. 수입 김치를 국내산으로 거짓표시한 경우가 79.1%, 원산지 미표시 사례가 20.9%였다. 이는 지난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추김치는 2013∼2019년 음식점 원산지표시 단속에서도 가장 많이 적발된 품목이다. 음식점에서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거짓표시하거나 미표시하는 일이 고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배추김치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 사례는 일반음식점과 식품 유통업 등에 치우쳐 있어, 온라인과 배달을 통해 거래되는 김치까지 고려하면 실제 위반 사례는 더 많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유통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배달 판매를 통한 김치 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 업소에서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원산지표시 대상 품목에 배추김치만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배추김치 이외에 파김치·깍두기·오이김치 등은 음식점이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상품김치 원료의 원산지표시 기준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엔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품김치 제조업체는 김치 원료 중 가장 많이 사용된 2개 주원료와 고춧가루·소금의 원산지만 표시하면 된다.

나머지 부재료에 대해서는 원산지표시 의무가 없다. 배추김치에 11∼18가지 재료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늘·생강·파 등의 부재료 원산지가 ‘깜깜이’로 남는 셈이다.

일각에서 부재료까지 국내산을 사용하는 김치 제조업체에 별도의 인증을 부여해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2016년 대한민국김치협회 등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5개 민간단체가 ‘국산 김치 자율표시제’를 도입한 전례가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국산 김치 자율표시제는 100% 국산 재료를 사용한 생산업체의 김치를 공급받아 판매하거나, 100% 국산 재료로 김치를 담가 판매하는 음식점에 ‘100% 국산 배추김치’ 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100% 국산 배추김치’ 인증마크를 받은 음식점은 전국 1200여곳에 불과하다. 홍보 미흡 등 민간단체에 의한 자율 추진의 한계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규희 기자 kyuh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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