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기로에 서다] 김치 원조 생떼쓰는 中…위생 불량 논란에도 중국산 물밀듯

입력 : 2021-04-12 00:00 수정 : 2021-04-12 23:06

[김치 종주국 기로에 서다] ① 중국산 저가 김치, 대한민국 식탁을 유린하다

국내 외식산업 위축 불구 지난해 수입량 28만t 넘어

2018년 상품김치 소비량 중 외국산 비중은 42.1% 달해

1㎏ 단가 국산의 30% 그쳐 외식·급식업체 대부분 사용

각종 온라인 쇼핑몰서 판매 묵은지·깍두기 등 구색 다양

 

중국산 김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이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중국산 김치 포비아(공포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중국산 김치 위생문제는 수입 김치에 잠식된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 중국산 김치의 수입 문턱은 되레 갈수록 낮아지는 모양새다. 중국산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산 김치산업, 이대로 괜찮을까. 김치 종주국을 위협하는 중국산 김치의 시장 잠식 현황과 국산 김치의 출구전략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잦은 위생 논란에도 수입량 ‘쑥쑥’=최근 중국산 김치 파동에 소비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중국산 김치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중국산 김치를 내놓고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클릭 한번이면 가정에서도 손쉽게 중국산 김치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다.

중국산은 김치 수입량의 99.9%를 차지한다. 중국산 김치는 ‘수입 김치=중국산’이라는 불문율을 등에 업고 하루가 다르게 위세를 키워왔다.

2000년(473t)만 해도 미미했던 김치 수입량은 2003년(2만8707t)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국내 김치공장들이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수입량이 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2005년 10만t을 넘어선 김치 수입량은 2007년 20만t, 2019년 30만t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수입량(28만1186t)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처인 국내 외식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년 대비 8%가량 줄었다.

그간 몇번의 중국산 김치 파동이 있었지만 수입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2005년 한국과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산 김치 기생충알 검출 파동, 2013년 중국산 김치 식중독균 검출 사건에도 한국시장 공략은 그칠 줄 몰랐다.

수입 김치가 국내 김치 소비시장을 잠식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상품김치 소비량의 35.5%를 차지했던 외국산 상품김치 비중은 2018년 42.1%로 늘었다. 아울러 2010∼2018년 국산 김치 소비량은 연평균 1.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입 김치는 연평균 5.3%의 성장세를 보였다.


◆국산 3분의 1 가격으로 음식점 공략=중국산 김치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었던 건 외식·급식 업체 등의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김치 수입업체의 주 유통경로는 식재료 전문 유통업체(63.2%)와 외식업체(21.4%)다. 식재료 전문 유통업체로 넘어간 수입 김치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급식·가공 업체 등에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고정 수요처가 늘면서 음식점의 수입 김치 사용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의 음식점 실태조사 결과 국내 음식점의 수입 김치 사용 비중은 2013년 53.9%에서 2019년 75.1%로 뛰었다.

외식업체 등이 중국산 김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2018년 기준 수입 김치 1㎏당 평균단가가 863원으로, 국산 김치(2872원)의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상집 대한민국김치협회 전무는 “국산 김치는 농산물 수급불안 등으로 원재료값이 폭등하는 일이 잦은 데다 생산 과정의 수작업 비중이 높아 인건비도 많이 들어간다”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개선 없이는 저가로 무장한 중국산 김치에 시장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모씨(40)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 식당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산 김치를 쓴다고 보면 된다”며 “중국산보다 3배 이상 높은 국산 김치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번 중국산 김치 파동 후에도 국산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각양각색 수입 김치 손쉽게 구매=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은 중국산 김치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중국산 김치’를 검색하면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수입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지난해 농경연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산 김치의 구매경로를 조사한 결과 온라인 유통 채널(47.7%) 이용 비중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52.3%)만큼이나 높게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수입 김치의 구색도 다양하다. 배추김치만 해도 포기김치부터 썬 김치, 볶음용·컵밥용으로 쓰이는 슬라이스 김치 등 한두가지 종류가 아니다. 백김치·묵은지·깍두기·총각김치·갓김치·파김치·고들빼기 등 다채로운 수입 김치도 국산 김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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