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부동산] 조경은 ‘자연미+이야기’…살면서 완성해나가세요

입력 : 2021-03-24 00:00 수정 : 2021-04-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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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돈을 많이 들여 완성한 조경보다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만들어가면 이야기와 치유가 있는 집과 정원, 농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귀농·귀촌 부동산이야기(33) 정원 만들기

꽃·나무 생명력 배우며 얘깃거리 얻어

처음부터 ‘완벽’ 원하면 비용도 부담

 

강원 홍천의 필자 농장에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소나무가 있다. 10년 이상 쑥쑥 잘 크다가 2018년 1월 쏟아진 눈 폭탄에 몸체의 절반을 잃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하체 쪽의 남은 가지를 키워 곁가지를 내고 또 내었다. 하지만 힘에 부쳤다. 가지들은 더이상 하늘을 향해 뻗지 못했다. 즉시 욕심을 내려놓고 순응했다. 능수버들처럼 땅을 향해 가지를 드리운 것. ‘능솔(능수버들 소나무)’이란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이다. 필자는 이 능솔을 볼 때마다 경이로운 생명력을 배우고 또 얻는다. 치유의 나무다.

몇년 전 가을에는 국내에서조차 귀한 토종 라일락(정향나무)이 필자의 농장에 왔다. 한 지인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라며 가져와 직접 심어주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갑자기 잎과 가지가 누렇게 마르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줄기 밑동과 뿌리 쪽에서 새순을 받고자 그 윗부분을 다 잘라냈다. 이번 봄에 새로운 치유나무로 부활하길 고대하고 있다.

(예비)귀농·귀촌인들이 시골집과 정원, 농장을 조성하고자 할 때 대개는 처음부터 완성된 멋진 조경을 원한다. 문제는 돈. 그렇게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조경의 미학이란 결국 자연미의 추구로 귀결된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만들어가다보면 나무 한그루에도 ‘이야기꽃’이 활짝 피고 ‘치유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있는 치유농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토종 나무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향, 희소가치 덕분에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토종 보존 및 보급이라는 의미도 있다. 꽃이나 열매, 가지와 뿌리 등의 약성 또한 뛰어나다. 열매의 모양이 ‘둥근 부채(미선·尾扇)’를 닮았다는 미선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높이 1m 정도로 자란다. 3월에 잎보다 먼저 개나리꽃 모양의 흰색 꽃(기본종)이 수북하게 달린다. 구상나무·가래나무 등도 토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부터 전통정원에서 흔히 보던 나무들도 재밌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배롱나무는 여름꽃이 피어 100여일 지속한다고 해 ‘목백일홍’으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줄기의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덩굴식물인 능소화는 옛날에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해서 ‘양반꽃’이라고도 불렸다. 밥알 모양과 비슷한 꽃이 피기에 이름 지어진 박태기나무는 일부 지방에서 ‘밥티나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 해 ‘구슬꽃나무’라 하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이 나무에 목매어 죽었다 해 ‘유다나무’라고도 전해진다.

요즘 농장들은 저마다 농산물 생산(1차)과 가공(2차)을 넘어 체험·교육·치유(3차) 등을 아우르는 6차산업화를 지향한다. 귀농·귀촌인들이 집과 정원·농장의 조경을 통해 자신과 가족은 물론이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꽃·나무 이야기와 치유의 과정을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관련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집과 농장 등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도 일조할 것이다. 만약 시골 터가 준비돼 있다면 이 봄이 가기 전에 이야기가 있는 치유나무로 거듭날 묘목들을 골라 심어보자.

박인호<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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