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거시설 개선, 농가에 계도기간 주고 제도 완화 필요

입력 : 2021-01-29 00:00

농업계, 농사 포기로 내몰아

고용부, 기준 강화 유예 불가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개선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농가가 당장 기준에 맞춘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가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관련 제도를 완화해 농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종채 전북 완주 화산농협 조합장은 “하루아침에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하지 않는다면, 농가가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고 이는 신선하고 안정적인 농축산물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지에 지은 가설건축물이라도 주거기준에 부합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강원 양구의 농민 안모씨는 “냉난방과 안전시설을 꼼꼼히 갖춘 숙소를 제공하는데 단지 컨테이너라는 이유로 안된다는 건 불합리하다”면서 “주거기준에 부합하면 (농지 위)가설건축물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행법상 농지를 주거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밖에도 단기근로자를 많이 쓰는 농업분야 현실에 맞춰 시기·계절적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달라거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제공할 때 적용되는 공제규모를 확대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업계에선 갑작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오랫동안 이런 관행이 지속되며 불미스러운 사고들이 발생했다”며 “더는 유예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연간 7500곳가량 지원하는 ‘농촌주택개량사업’의 혜택을 외국인 근로자 고용농가가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빈집을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로 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처음 시행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 영양의 농민 정모씨는 “외국인 근로자 10명이 지낼 숙소를 만들려면 최소 1억5000만원이 필요한데, 돈도 땅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농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제도 개선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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