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2021-세대가 함께] “젊은이, 꿈 찾아봐”…어르신들 ‘팍팍’ 지원

입력 : 2021-01-13 00:00 수정 : 2021-0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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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의 마을기업 서당골에서 일하는 이금비씨(왼쪽 두번째)와 임채성씨(오른쪽〃)가 이호성 문성마을 사무국장(가운데) 및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순천=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 

마을기업 서당골에서 일하는 두 청년 위해

평균 75세 주민들 뜻 모아…마을 차원 투자

수제맥주 완성단계…체험 등에 활용 계획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농촌 사회에 청년은 반드시 필요한 소금 같은 존재다. 하지만 청년들이 농촌으로 오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살면서 농촌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와 농촌에서 평생을 살아온 윗세대가 갑자기 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 귀농·귀촌이 늘면서 농촌지역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세대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청년이 재능을 발휘해 농촌마을을 홍보하고 농산물을 판매해주는 등 윗세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농촌의 윗세대들이 자신들이 쌓아둔 자산을 활용해 청년들이 농촌에서 삶을 일구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마을도 있어서다. 어떻게 하면 농촌에서 세대가 공존할 수 있을지, 그 사례를 찾아보고 전문가와 각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난 이놈이 맛있다, 색이 진한 것이. 저놈은 아니다.”

“치자를 좀 넣어보면 어떻것냐. 치자가 좋은 것이여.”

햇볕이 쨍하고 장독대에 부딪쳐 빛나던 겨울 어느 날,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 체험장에서 수제맥주 시음회가 열렸다. 마을주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마을기업 서당골에서 일하는 청년 임채성·이금비씨가 만든 수제맥주를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맛보며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들이 서당골에서 일하기 시작한 때는 2019년 4월. 전남도에서 지원하는 ‘청년마을로’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청년마을로’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과 전남의 시골마을을 연결하고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다.

월급을 받고 마을 일을 보게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 청년에게 주어진 미션은 ‘꿈 찾기’였다. 마을이 지원해줄 테니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다육식물 만들기, 드론 등 여러가지를 시도해봤어요. 박람회도 가고 교육도 받았죠. 반년 정도 탐색기를 거친 끝에 수제맥주와 3D프린터를 사업화해보자고 결정했어요.”

주민수가 40여명에 불과하며 평균 연령이 75세인 산골마을에서 수제맥주와 3D프린터사업이라니 어색하다 싶었지만, 도전해보라고 등 떠민 것은 오히려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설비도 마을에서 지원했다. 청년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을을 위한 일이라고 이호성 문성마을 사무국장은 말한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청년들에게 없는 게 돈이잖아요. 그러니 마을에서 그 부분을 해결해주는 거죠. 왜 그렇게 하냐고요? 마을에서 청년이 일하고, 청년이 살아야 마을이 살아남죠.”

마을이 청년에게 투자해 청년이 성공하면 마을에 긍정적인 여파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체험거리가 생기면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고, 상품 개발에 성공하면 농산물 판매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청년이 마을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청년이 개발하고 있는 수제맥주는 이제 거의 완성단계여서 문성마을 체험프로그램으로 활용하게 됐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맥주보리를 원료로 국산 수제맥주를 만들기로 했다.

물론 금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앞으로 나가다보면 40여명인 마을인구가 100명까지 늘어나고, 청년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활기찬 마을이 될 것이라고 문성마을 사람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2년 동안 함께한 청년 둘만으로도 벌써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고, 이들이 잘되는 걸 지켜보려고 100세까지 살겠다는 어르신들도 있으니 이같은 기대가 결코 헛되지만은 않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은 앞으로도 젊은 친구들이 쑥쑥 자라라고 물 대주는 둠벙이 될 것”이라고 이 사무국장은 말한다.

순천=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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