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새해 이슈] 일손 구하기·친환경농산물 소비 ‘비상’…근본 대책 절실

입력 : 2021-01-08 00:00 수정 : 2021-01-09 23: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중단되면서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온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창고에 감자가 쌓여 있다.

[2021 새해 이슈] ① ‘코로노믹스’ 시대의 농업·농촌

올해도 외국 인력 수급 암울

지자체 고용한 후 보내주는 공공 파견제 도입 검토해야

학교 납품 농산물 판로 막혀

공공급식 대상 확대 필요 취약계층 지원에도 활용을

농식품·화훼 소비패턴 급변 판로·상품 다양화 노력 시급

 

세계은행은 6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발표했던 전망치(4.2%)보다 하향 조정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세계경제가 코로나19의 지배를 받는 ‘코로노믹스(COROna-ecoNomics)’ 터널에서 언제 빠져나올지를 예단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농업부문 역시 코로나19와 계속 씨름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조건에서 새해를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변수였던 코로나19가 올해는 상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농업·농촌의 대응책 마련은 긴요한 새해 이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 올해는 재배면적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학교급식 길이 막혔지만 친환경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입니다.” “꽃 소비 생활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농가의 문을 두드리는 건 두려움이다. 언제라고 희망이 가득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새해는 더 그렇다. 영농계획을 세우려니 일손문제부터 답이 보이질 않는다.

외국 인력에 의존한 농업 생산은 공식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한명도 들어오지 못했는데 올해라고 사정이 나아질까.

용역업체에서 미등록 외국 인력을 받아 농작업을 맡기는 일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대다수 소농들은 파종·수확 등 일감이 집중되는 시기에만 인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 장기채용을 전제로 한 제도는 활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외국 인력을 농업현장의 수요에 맞게 운용할 방식을 고민하는 동시에 농기계은행도 농기계와 인력을 함께 공급하는 모델이 검토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혜경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외국 인력 직접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농민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외국 인력을 고용한 다음 수요가 있는 농가에 보내주는 공공 파견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는 농가들도 고민이 깊다. 지난해엔 급식농산물 꾸러미사업과 대형마트 소비촉진 행사 등을 추진했지만 매번 그런 임시방편을 이어갈 수도 없다.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 단위에서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도록 외연을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크다. 학교길이 막힌 친환경농산물은 생협 등을 통해 대체 소비가 확산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이들이 늘면서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에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이런 유통경로를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안전성뿐 아니라 생태에 기여하는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병혁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위원장은 “학교급식은 친환경농산물 소비의 40%를 차지해 단기간에 대체 판로를 확보하긴 어렵다”며 “학교급식이 중단될 경우 학교조리실을 긴급재난급식소로 지정해 취약계층 등에 도시락을 제공하면 학교급식 관련 산업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고 지역사회 돌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농식품 소비패턴의 변화를 재촉하는 반면 산지유통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깊다. 집밥 소비가 늘고 가정간편식(HMR)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원물 공급 역할만 하는 산지에선 높아진 부가가치를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다. 도매시장과 대형 수요처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종전의 유통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납품처를 탐색하고, 1차 가공품 등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화훼의 경우 졸업·입학 등 행사용 소비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꽃과 기념품·선물을 결합한 콜라보상품 등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시장 개척이 요구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대량 판매로 효율을 높이던 시대는 차츰 저물고 있다”며 “소비처와 상품을 다양화·다각화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민 교육과 농업 관련 의제 설정을 위한 토론회 등은 온라인 공간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기존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길 게 아니라 비대면 방식에 맞는 규모와 형태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면 효과가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토론은 참석자들의 집중력을 높인다는 평가가 많아 최종 결과물을 대중에 효율적으로 공개·공유하는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이태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코로나19는 집밥 소비 증가 등 우리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시설이 취약한 농촌지역의 고령주민 등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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