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피플] “낮에 혼자 밭일하면서도 연극 연습합니다”

입력 : 202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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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주민들이 11월28일 연극 공연을 앞두고 홍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팔도 핫피플] ‘연극하는 농촌주민들’…제주 서귀포 서광동리 마을공연단

28일 무대 앞두고 맹연습

마을주민 직접 제안·기획 정부 추진 사업 지원받아

배우·스태프로 적극 참여 서로 도우며 더 화기애애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연극 연습합니다.”

150가구 남짓 생활하는 작은 농촌마을인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공연단이 있다. 매주 화·수·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모이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간중간 휴식기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단은 이달 28일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두고선 한달 전부터 거의 매일 모여 맹연습 중이다.

공연단원인 고광수 안덕농협 로컬푸드출하회장은 “대사 외우기도 힘든데 표정 연기에 춤까지 춰야 해 밭일을 하면서도 혼자 연습한다”면서 “참여율이 거의 100%일 정도로 단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도 마을주민들이 제안해 기획됐으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추진하는 ‘창조적 마을 만들기’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극 제목은 <광해악사람들>로 1시간 분량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전문 극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며, 제주목과 대정현을 잇는 광해악(넙게오름)에 길이 열리면서 인근 마을인 서광동리 사람들이 새 현감과 관료의 행차로 겪어야 했던 일들을 다루고 있다.

고 회장은 “새로 행차하는 관료들로 인한 어려움을 마을주민들이 지혜와 재치를 발휘해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소품이나 무대장치도 옛 제주의 것들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연출과 안무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만 배우는 전원 지역주민이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됐다. ‘마을 어른들이 시켜서’ ‘목소리가 커서’ 등 참여하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주인공인 현감 역을 맡은 김성일씨(50·애플망고농가)는 “연기는 서툴지만 참여하는 주민 모두 마음가짐은 프로 배우 못지않을 것”이라면서 “단원들끼리는 평소에도 원래 이름보다는 극중 호칭인 ‘차나졸’ ‘고나졸’ 등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배우가 아닌 주민들도 구경만 하는 게 아니다. 소품 준비, 조명 등 보조 스태프를 자처하고 나선 것. 임정희 서광동리 이장은 “생업으로 바쁘지만 나머지 주민들도 자기 일처럼 돕고 있다”면서 “연극 준비 덕분에 마을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졌다”고 귀띔했다.

서광동리 마을공연단의 창작극 <광해악사람들>은 28일 오후 3시와 6시 두차례에 걸쳐 공연된다. 연극 공연을 겸한 한바탕 마을잔치도 열릴 예정이다.

공연 자문을 맡은 ㈜줆의 이홍섭 연구위원은 “아마추어 배우인 농촌주민들이 자기 마을의 옛이야기를 연극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특색 있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서광동리 마을이 농촌연극의 보고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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