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제조연도 표시, 허점 많은 법망…위반업체 처벌도 ‘솜방망이’

입력 : 2020-11-23 00:00 수정 : 2020-11-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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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제조연도·제조번호 등 농기계에 관한 정보를 담은 형식표지판을 부착할 의무가 있는 농기계는 트랙터·동력운반차·로더·굴착기 등 4개 기종뿐이다. 사진은 작업 중인 트랙터. 사진=농민신문DB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방치 안된다] (중)허점 많은 법망…위반업체 처벌도 ‘솜방망이’

형식표지판 필수 부착 대상, 고작 4종뿐

사후검정, 붙어있는지만 확인 불법 교체 여부까진 단속 안해

처벌규정은 과태료 부과가 끝 이앙기 등은 의무 대상도 아냐

자동차는 차대번호 각인하고 엔진에도 원동기형식 표기해야

위반 땐 1년 이하 징역도 가능 

 

농기계업체의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은 허술한 법망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에 규정된 제조연도 의무 표시 대상 농기계가 매우 제한적인 데다 설사 위반사항이 적발되더라도 과태료만 내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서다. 법 규정이 엉성하다보니 제조연도가 표시된 형식표지판을 불법 교체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조연도 의무 표시는 고작 4개 기종…정기 단속도 없어=‘농업기계화촉진법’은 트랙터·동력운반차·로더·굴착기 4개 기종에만 제조연월·제조번호 등 농기계에 관한 정보를 담은 형식표지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이앙기나 콤바인·로타베이터 등 상당수 중·대형 농기계는 ‘농업기계화촉진법’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시행지침에 따라 정부 융자지원을 받기 위해 형식표지판을 붙이고 있다.

법이 규정한 4개 기종 이외의 농기계는 형식표지판을 부착하지 않거나 불법 교체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형식표지판 부착이 의무화된 4개 기종조차 형식표지판 조작 여부에 대한 정기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사후검정을 맡은 농촌진흥청이 매년 농식품부와 협의해 사후검정할 대상 기종을 정한 후 사후검정 과정에서 형식표지판 부착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 형식표지판의 불법 교체 여부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사후검정을 통해 농기계에 품질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서 형식표지판을 제대로 부착했는지만 확인한다”며 “형식표지판이 조작된 것인지까지 확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지난 국정감사 당시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형식표지판 교체를 통한 제조연도 조작 사례를 전혀 적발하지 못했다. 농기계 사후검정에선 형식표지판 미부착과 재질 변경 등에 대한 위반 사항만 일부 적발됐다.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 빠져나갈 구멍 많아=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에 대한 처벌 수준이 너무 미약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농업기계화촉진법’에 따르면 형식표지판 부착 규정을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웬만한 중형자동차보다 비싼 농기계가 많은 상황임에도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다.

그나마 과태료 부과 대상도 형식표지판 의무 부착 대상인 4개 기종에 한정된다. 나머지 기종은 제조연도를 조작해 형식표지판을 부착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다만 출하금지 등 행정처분은 가능하다. 검정 대상 농기계의 경우 제조연도 조작이 확인되면 출하금지나 해당 모델에 대한 보완지시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시행규칙의 ‘사후검정 결과의 세부 처분기준’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사실이 확인된 얀마농기코리아도 제조연도를 조작한 기종이 이앙기라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해당 모델에 대한 출하금지와 보완지시라는 행정처분만 받았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은 ‘자동차관리법’과 비교할 때 법적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이 거세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의 차체에 차대번호를, 엔진에 엔진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원동기형식을 의무적으로 각인하도록 규정한다. 차대번호는 모델연도(제도연도) 등을 알 수 있도록 모두 17개 자리의 숫자와 영문자로 구성돼 있고, 원동기형식에는 동력원의 특성 등이 표시돼 있다. 원동기형식은 제조업체마다 제각각 표기하나 대부분 제조연도를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표시규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해 ‘농업기계화촉진법’보다 처벌이 상당히 무겁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차체에는 모델연도를 포함한 차대번호를, 엔진에는 원동기형식을 새기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적발되면 최대 징역형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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