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푸치니의 여인

입력 : 202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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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는 바로 ‘카푸치노’와 이름이 비슷한 자코모 푸치니(G.Puccini, 1858∼1924년)입니다. 그는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 루카(Lucca)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푸치니는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이 오르가니스트로 일하는 성당의 오르간 파이프를 조금씩 떼어다 몰래 팔 정도로 장난꾸러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고 감명을 받아 진정한 오페라 작곡가가 될 것을 결심합니다. 푸치니는 세련된 취향을 갖고 있었으며 멋진 양복을 입고 자동차와 요트 타는 것을 즐겼습니다. 특히 동양 문화를 동경해 그의 작품 ‘나비부인(일본 배경)’ ‘투란도트(중국 전설 시대)’ 등을 통해 다른 오페라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줬는데요. 뭐니 뭐니 해도 푸치니에게 작곡의 영감을 가장 많이 불어넣어준 것은 그가 사랑한 ‘여인’들 이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인 보헤미안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주인공 미미는 자수 놓는 일을 하며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그녀는 교회에 기도를 드리러 가거나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기뻐하는 등 소박한 삶을 사는 듯하지만, 적당한 내숭으로 남자의 마음도 훔칠 줄 아는 영악한 여인이었죠. 자신의 연인이었던 시인 로돌포의 품에서 폐병으로 죽어가지만, 미미는 사랑과 예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 초초상은 몰락한 가문에서 게이샤가 된 여인으로,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홀로 아들을 키우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반면 오페라 ‘토스카’의 주인공 토스카는 화려한 오페라 가수로 일과 사랑에 자신감이 넘치며 질투심이 많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강한 캐릭터를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죠. 이처럼 푸치니는 자신이 사랑한 여인들을 다양한 모습을 통해 작품에 부활시켰습니다.

말년에 후두암으로 고생하며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던 푸치니는 최고의 걸작을 남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중국 전설 시대를 배경으로 차가운 복수심으로 많은 남성을 굴복시키려는 투란도트 공주와 그녀를 사랑하는 칼라프 왕자, 그리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는 노예 소녀 류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 ‘투란도트’입니다. 푸치니는 “지금까지 나의 오페라는 모두 잊어라”라고 말할 정도로 투란도트에 애정과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품에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여인은 바로 그의 어머니였을 것입니다.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마르게리타 왕후에게까지 편지를 보내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그의 어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아들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고귀한 사랑을 천상의 멜로디로 남기고 싶어서였을까요? 푸치니는 좀처럼 작곡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오페라 투란도트를 미완성으로 남긴 채 안타깝게 눈을 감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푸치니의 음악을 가능케 했던 그의 가장 ‘위대한 여인’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그가 사랑했던 매력적인 여인들을 오페라로 만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기연 (이기연오페라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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