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벨평화상 수상’ WFP 임형준 한국사무소장

입력 : 202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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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12일 임형준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에게 감사 서한을 전달하며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 줄여 기아 퇴치 동참을”

2014년부터 기아인구 급증

올핸 재해·분쟁·감염병 겹쳐 2억7000만명 굶주릴 위기

매년 식량 40억t 생산되지만 쓰레기 등으로 13억t 사라져

적당히 먹고 남기지 말아야

최빈국서 공여국 변신 한국 세계적 모범사례 ‘자리매김’

 

“기아와 싸우고 분쟁지역의 평화에 기여했다.” 노벨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세계식량계획(WFP)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밝힌 선정 이유다. WFP 한국사무소를 9년째 이끄는 임형준 소장을 ‘세계 식량의 날(10월16일)’을 하루 앞두고 농민신문사에서 만났다. 임 소장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한국 농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세계 굶주림 퇴치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한다. 조직에선 발표 전 수상 소식을 먼저 알았나.

▶전혀. 사실 WFP는 2018년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아쉽게 무산됐던 데다 올해는 그레타 툰베리 등 강력한 후보가 많아 본부 차원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조차 발표 당일 아프리카 니제르를 방문 중이었고 수상자가 결정됐다고 하자 “누가 받았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다음날(1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께서 직접 전화해 축하해주셨고, 12일엔 사무실로 불러 사무총장에게 전해달라며 감사 서한을 들려주셨다. “식량은 혼돈 상황에서 최고의 백신”이라는 노벨위원회의 말씀을 새기며 더욱 노력하겠다.

― WFP와 한국사무소를 소개해달라.

▶WFP는 가장 헐벗고 굶주린 곳을 돕는 세계 최대 인도적 지원기구다. 현재 92개국에서 직원 1만9000명이 최전방 기아 현장에서 근무한다. WFP가 움직이는 비행기만 100대, 배가 30척, 트럭은 5600대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한국은 1963년 큰 수해가 났었다. 당시 농림부·외교부 장관이 WFP 본부에 편지를 보내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WFP가 1964년 한국에 들어온 배경이다. WFP는 이후 1984년까지 20년간 한국을 도왔다. WFP의 목표는 ‘제로 헝거(Zero Hunger·굶주림 퇴치)’다. 그런데 한국은 제로 헝거를 성취한 가장 빛나는 사례(Shiny Example)로 꼽힌다. 최빈국이 식량 원조를 20년 만에 졸업하고 세계 최대 인도적 지원기구의 11번째 공여국이 됐다.

― 세계 식량의 날을 맞는 소감은.

▶기아인구가 2014년부터 해마다 1000만명씩 늘면서 사실 2020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가 닥칠 해로 예견돼왔다. 동아프리카·서아시아엔 메뚜기떼가 창궐했고 기후변화에 따른 극심한 홍수가 터지면서 농업 생산량이 크게 흔들려서다. 시리아·예멘·남수단 등 분쟁지역에도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가 말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즉, 모든 재앙이 한꺼번에 닥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감염병 사태까지 터졌다. 당초 WFP는 올 세계 기아위기 인구를 1억3500만명으로 전망했는데 2억7000만명으로 상향했다.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다.

― 굶주림 퇴치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한해 40억t의 식량이 생산되는데 그중 3분의 1(13억t)이 버려진다.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에선 주로 식탁 위에서, 설비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선 저장·수송 과정에서 없어진다. 이 양이면 20억명을 먹인다. 세계 기아인구가 7억명이니 얼마나 많은 양인가.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의 8%도 음식 쓰레기에서 나온다. 올해 WFP 한국사무소에서 ‘제로 웨이스트 제로 헝거(Zero Waste Zero Hunger)’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적당하게 먹으면 건강해지고 음식 쓰레기를 없애며 배고픈 사람들을 돕고 환경을 지키는 1석4조의 효과를 얻는다.

― 한국 정부와 농업 관계자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2018년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소말리아 난민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한국 쌀을 처음 맛보고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에 눈물이 다 났다. 한국 쌀이 (이들 지역에서 나지 않는) 중단립종인데도 워낙 품질이 좋다보니 수요 조사에서 만족도가 94% 넘게 나왔다. 한국은 2018년 2월 WFP와 약정을 체결해 매년 쌀 5만t을 아프리카·중동지역의 난민·이주민에게 지원한다. 460억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한국에서도 곡물 파동 위기가 몇번 있었지만 국민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는 건 한국 농민이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정부가 수급관리에 애쓰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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