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화환 표시제’ 도입했지만…재활용 행태 슬금슬금

입력 : 2020-10-19 00:00 수정 : 2020-10-1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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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이 예식장에 배달할 축하화환을 만들고 있다. 김해=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농민신문·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공동기획] 꽃 소비문화를 바꾸자 (상)화훼 소비 현주소 

8월 ‘화훼산업법’ 시행 이후

일부 예식장과 장례식장 등서 화환 안 받거나 쌀 화환만 반입

농가 호소…거부 불씨 일단 잡아

법 시행 당시 생화소비 ‘반짝’↑ 업자, 입증·단속 어려운 점 노려

헌 꽃 다시 쓰고·조화 늘리기도

 

한번 쓴 꽃(생화)을 재사용해 만든 화환을 판매할 경우 ‘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해야 하는 내용을 담은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화훼산업법)’이 시행된 지 두달이 됐다. 예식장과 장례식장의 화환 수거업자들은 화환 재사용이 어려워지자 수거에 난색을 표했고, 화환 처리가 곤란해진 일부 예식장·장례식장에선 화환 반입 거부 움직임까지 일었다. 이에 화훼업계에서는 화환 문화를 조화·생화를 재사용한 기존 ‘3단 화환’에서 생화만 사용하는 ‘신화환’으로 바꿔야 꽃 소비가 늘고 화환 유통질서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화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꽃 소비 문화를 만들어 화훼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화훼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국내 화훼 소비는 경조사·졸업식·입학식·개업식 등 행사용 소비가 87%, 가정용 소비가 7.8%로 주로 행사용에 치중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단국대학교에 용역을 맡긴 ‘화환 유통체계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환 유통량은 축하화환과 근조화환을 합해 690만개, 거래액은 6903억원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론 축하화환 202만개, 근조화환 388만개, 행사화환 100만개가 유통된 것으로 추산한다.

보통 경조사용으로 유통되는 화환은 크기 2m 안팎의 3단짜리다. 하지만 3단 화환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한번 사용했던 꽃을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축하화환은 73.7%, 근조화환은 49.1%가 재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가 화환은 기존 화환을 재활용하지 않고서는 가격을 맞출 수 없다.

이처럼 화환 재활용이 공공연히 이뤄져왔지만, 소비자는 주문한 화환에 사용된 꽃이 새 꽃인지 헌 꽃인지 알지 못했다. ‘헌 꽃’을 사용해 만든 화환인데도 ‘새 꽃’ 화환과 비슷한 값을 지불하기도 한 것이다.

또 3단 화환에는 생화보다 조화가 많이 들어간다. 축하화환의 조화 사용 비율은 80%가 넘는다. 생화는 몇송이 안 들어간다는 얘기다.

근조화환은 조화 비율이 30% 이내로 축하화환보다 적지만 조화가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경조사에 보내는 화환은 조화로 만든 저가 화환이 대부분인 데다 다수 화환이 재사용된 꽃으로 만들어져 생화 소비는 점점 줄고 있다. 결국 화훼농가와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고 새 꽃으로 화환을 제작하는 꽃집은 설 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재사용인데도 새것처럼 판매해온 화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침체된 화훼산업을 살리기 위해 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골자로 한 ‘화훼산업법’이 도입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화환 반입·수거 거부 움직임=그런데 ‘재사용 화환 표시제’ 시행으로 화환 재활용이 부담스러워지자 예식장과 장례식장에서 화환을 수거해온 일부 업자들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경조사에 재사용 화환 보내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표시 없이 재사용 화환을 팔다 걸리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화환 수거업자들은 예식장과 장례식장에 한개당 5000∼7000원을 주고 화환을 회수했다. 예식장·장례식장은 화환을 직접 치우지 않으면서 화환을 내주는 대가로, 곧 화환을 재활용하게 해주는 대가로 수입을 챙겨온 것이다. 하지만 화환 재활용이 어려워진 업자들이 수거 거부 의사를 밝히자 예식장과 장례식장은 폐기비용을 들여 화환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부산과 경남지역 일부 예식장과 장례식장은 화환을 아예 받지 않거나 ‘쌀 화환’만 받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꽃 소비 위축을 우려한 생산농가와 꽃집 상인들은 해당 예식장 등을 방문해 반입 허용을 요청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윤재 전국화훼상생연합회 사무국장은 “일부 예식장과 장례식장이 축하화환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농가와 상인들이 뭉쳐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면서 “일부 장례식장 등은 쌀 화환만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당장은 화환 반입 거부 불씨를 잠재웠지만 또다시 재발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걱정했다.

일례로 경남지역의 경우 법 시행 이후 밀양지역 장례식장은 농협 장례식장을 제외하고 모두 ‘쌀 화환’만 받고 있다. 반면에 거창지역 장례식장은 화훼산업 발전에 동참하고자 3단 화환은 받지 않고 생화로만 만든 신화환 반입만 허용하고 있다.

예식장의 경우 김해지역 예식장은 돈을 받지 않고 수거업자에게 화환을 그냥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울산지역 결혼식장의 절반가량도 화환을 그냥 주는 분위기다.



◆조화 사용 늘어…화환 재활용도 여전=꽃 재사용이 줄면서 생화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3단 화환에 조화 사용량이 크게 는 것도 문제다.

TV방송과 인터넷으로 3만9000∼5만9000원 화환을 홍보·판매하는 꽃 배달업체들은 기존의 화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생화 대신 조화 사용을 늘리거나 화환에 꽂는 꽃의 수를 줄였다. 또 그동안 근조화환에 사용하는 국화는 조화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조화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법 시행 초기만 해도 꽃 재사용 업자들은 혹시나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을까 몸을 사리며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그로 인해 새 꽃 사용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꽃값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꽃 재사용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화환 재사용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계도기간이고 내년부터 단속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경남 김해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화환 재활용 제작업자들이 처음에는 꽃을 재활용하지 않고 새 꽃으로 화환을 만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갔다”면서 “단속에 적발되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장을 내면 된다는 배짱까지 부리며 여전히 꽃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꽃집 주인들은 “일부 꽃 배달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재사용 없이 새 꽃만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화환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부산·울산·김해·거창·밀양=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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